'투수가 없다'던 한화, 투수가 많아진다

이상철 입력 2017. 2. 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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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투수가 없다.” 지난해 김성근 한화 감독이 자주 꺼냈던 말 한마디다. 부상과 부진으로 마운드 운용이 탈이 나면서 쓸 만한 투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는 조금 다른 것일까. 적어도 2월 중순까지는 김 감독의 입에서 이 같은 불평이 나오진 않고 있다. 오히려 희망과 긍정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NPB리그 팀과의 연습경기 5연전을 모두 내줬지만, 패장은 소득이 많다고 웃었다.

배영수는 두 차례 연습경기에 등판해 빼어난 피칭을 펼치며 눈길을 모았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칭찬만 하다가 하루가 끝난다”라는 김 감독을 기쁘게 하는 건 마운드다. 1년 전과 정반대다. 한화는 1년 전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시즌을 맞이해 최악의 출발을 했다. 초반 19경기에서 3승 16패를 거뒀다. 특히 마운드가 흔들렸다. 김 감독은 “개막 전 8명의 투수가 빠져 어려움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거기서부터 망쳤다”라고 했다.

올해도 부상자는 있다. 그러나 재활 과정이 순조롭다. 재활조가 돌아올 날이 머지않았다. 지난해 7월 어깨 수술을 한 안영명은 최근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김 감독은 “그 정도 공이라면 충분히 개막에 맞출 수도 있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나란히 팔꿈치에 칼을 댄 권혁과 송창식도 그라운드 복귀를 위해 땀 흘리고 있다 18일 불펜 피칭 예정이다. 이대로 단계를 밟아갈 경우, 시즌 초반 합류가 가능하다. 재활조의 또 다른 멤버인 김용주, 김범수도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김혁민도 본격적인 피칭 훈련을 시작했다.

지난 16일에는 이태양과 윤규진이 라이브피칭을 하며 실전 투입을 앞두고 있다. 오는 19일 요코하마전 등판이 예상된다. 불펜 피칭 160구를 한 심수창을 비롯해 박정진, 송은범, 정우람 등도 대기 중이다.

새 얼굴의 약진도 눈에 띈다. 정재원은 세 차례 등판해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서균도 지난 12일 주니치전에서 1이닝 2실점을 했지만 이후 3⅔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김 감독은 16일 라쿠텐전을 마친 뒤 서균에 대한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이재우도 인상적인 피칭으로 김성근 감독의 호평을 받았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그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투수들의 부활에 대한 기대치도 크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배영수다. 배영수는 팀 내 가장 빨리 몸을 만들어 두 차례 선발 등판을 했다. 슬라이더의 감을 찾으면서 펼친 공격적인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6이닝 동안 피홈런 1개 외 실점이 없다.

이재우도 과감한 피칭을 앞세워 4이닝 1실점으로 김 감독을 웃게 했다. 배영수와 이재우는 계속 기회를 얻는다. 김 감독은 “선수들끼리 경쟁이 펼쳐진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경쟁의식은 개인의 동기부여, 나아가 팀의 성장 밑바탕이 된다. 배영수는 “사람 피곤하게 올해는 정말 다들 열심히 운동한다. 나도 후배에 안 뒤지려고 더 뛰고 더 던지려고 한다”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태양은 “오늘 (배)영수형의 피칭을 지켜봤는데 정말 잘 던졌다. 긴장감이 생긴다. 나도 잘 던져야 할 것 같다”라며 “팀 성적이 좋으려면 무엇보다 투수가 잘 던져야 한다. 모든 투수들이 열심히 한다. 그 자세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 6명을 만들 계획이다. 비어있는 외국인투수 한 자리가 언제 채워질지 모르는 가운데 오간도 외 국내 투수 5명이 더 필요하다. 예전 같으면 그 자리 하나하나를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잦은 변칙도 있었다.

그러나 아주 어려운 과제는 아닐 터. 시즌을 준비하면서 고무적인 요소가 많은 마운드다. 지난해 같은 부상 도미노도 없다. 지난해 개막전 선발투수였던 송은범을 불펜으로 돌릴 수도 있을 정도다. 분명 1년 전과 새삼 달라진 한화의 풍경이다. ‘투수가 없다’는 볼멘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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