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돌아온 배영수의 도전 "끝날 때까지는 끝이 아니다"

오키나와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17. 2.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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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배영수가 지난 12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일본 주니치를 상대로 첫 실전 등판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오키나와 | 김은진 기자

10살 가까이 어린 후배들과 선발 경쟁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때는 에이스이자 탈삼진왕이었고, 두 번이나 다승왕에 오르며 100승을 쌓은 배영수(36·한화)는 참 오랜만에 힘겹게 싸워야 하는 지금 이 스프링캠프를 즐기고 있다.

배영수가 다시 날개를 펴고 있다. 2015년 4승을 끝으로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이 늦어져 지난 시즌을 완전히 쉰 배영수가 올 시즌 한화 선발 경쟁의 중심에 섰다. 지난 12일 일본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일본 주니치와 연습경기 등판을 마친 뒤 만난 배영수는 “오히려 승부욕이 생긴다”고 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한화가 치른 첫 실전에 선발로 나서면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 날이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최근 “4선발까지 정했다”고 밝혔다. 알렉시 오간도와 곧 영입할 외국인 투수, 그리고 이태양과 윤규진으로 4선발을 꾸리고 남은 한 자리에 배영수, 장민재, 송은범 등을 경쟁붙여 선발 로테이션을 정할 계획이다.

올 시즌은 지난 2년 동안 5강 문턱에서 좌절한 한화에게도, 이적 후 부진과 부상으로 침묵하던 배영수에게도 ‘승부’를 내야 하는 시즌이다.

배영수도 사활을 걸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일본 미야자키에서 어린 후배들과 교육리그에 이어 마무리캠프까지 치렀다. 이어 지난해 12월 일본 돗토리에서 개인 재활훈련을 거쳐 선발 경쟁할 수 있는 몸을 만든 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왔다. 이제 막 실전이 시작된 캠프 초반, 선발 윤곽을 거의 그렸다는 감독의 이야기는 배영수에게 실망감보다 오히려 더 치열한 승부욕을 안겨줬다.

배영수는 “우리 팀 투수들이 많이 좋아져 나도 개막까지 남은 한 달 반 동안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 나를 포함해 모두가 열심히 했기에 누구든 몸 상태와 구위 좋은 사람이 선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똑같은 출발점에서 같이 출발하는 상황이다. 개의치 않고 계속 경쟁하겠다”고 했다.

선발 경력으로만 따지면 현재 한화 투수 가운데 배영수를 넘을 투수는 없다. 그러나 세월은 지났고, 그 사이 배영수는 ‘에이스’에서 ‘도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에서 데뷔한 뒤 6년 동안 68승을 거둔 에이스였던 배영수는 2007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이후 어렵게 다시 올라서 2012년 12승을 거두고 통산 100승까지 달성했다. 2013년에도 14승을 거두며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 보였으나 2015년 한화 이적 첫 해 4승을 끝으로 부상을 당했고 1군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4년까지 최하위권이던 한화는 지난 2년 동안 밑바닥에서는 벗어났지만 5강 문턱에서 잇따라 좌절했다. 시즌 초반 쏟아지는 부상 투수들 때문이었다. 배영수도 그 중 하나였다. 야구인생에서 크게 아팠던 적이 딱 두 번, 그 중 한 번이 바로 한화에서 첫 시즌 후반이었다. 스스로도 많은 기대를 걸었던 새 팀에서의 야구인생이 실망으로 끝나지 않도록 배영수는 올 시즌 진짜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다.

배영수는 “지난 2년 동안 감독님이 ‘패’를 쥐지 못하고 시즌을 치렀다. 선수들이 아프지만 않는다면 많은 패를 갖고 시작할 수 있다”며 “지난 5개월 동안 준비하면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 생각하고 정말 진지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으로 야구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치르고 있는 경쟁에는 큰 재미마저 느끼고 있다. 배영수는 “캠프가 재미있다. 선발 자체가 약한 팀이었는데 지금은 던질 사람도 많고, 이런 경쟁이 다른 팀처럼 항상 있어야 한다”며 “베테랑임에도 후배들과 경쟁을 하면서 벼랑 끝까지 몰리는 기분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승부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주니치전에서 3이닝 동안 43개의 공을 던져 2실점을 기록한 배영수는 “일단 던질 때 아프지 않아 가장 좋다. 이렇게 편한 몸 상태가 오랜만이라 자연스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수술 이후 처음으로 변화구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느꼈다. 배영수는 “슬라이더 감각이 수술 이후 가장 크게 돌아왔고 지난해 (정)우람이에게 배워 새로 익힌 서클체인지업이 조금씩 손에 익고 있다. 높이가 중요한 구종인데 조금만 더 낮게 제구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현재 훈련 상태를 짚었다.

두번째 등판 기회도 성공적이었다. 이재우-장민재-오간도를 거쳐 한 바퀴 돌고 16일 다시 돌아온 두번째 선발 등판에서 일본 라쿠텐 타자들을 3이닝 동안 26개 공으로 무실점 처리했다. 첫 등판에서 시속 138㎞를 기록했던 최고 구속도 141㎞로 올라섰다.

야구인생의 정점을 찍었다가 떨어지고, 다시 다승왕으로 올라섰다가 또 하락세를 그렸다. 화려한 듯 평탄치 않았던 야구인생의 후반부, 한화의 선발 경쟁 후보군 가운데 가장 ‘형’으로 나서는 이제 두려울 것은 없다.

배영수는 “아파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 시기를 지났으니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은 진짜 나답게 눈치 보지 않고, 나이에 걸맞게, 시원하게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찾은 배영수는 “할 수 있는 만큼, 마운드 위에서 좀 더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팀을 위해 던지고 싶다”며 “정정당당하게 올 시즌을 불살라 아직 쓸만 하다는 사실을 한화 팬들에게도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배영수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 한화의 선발 경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오키나와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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