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6년 만의 겨울아시안게임..한·중·일 삼국지 불꽃 튄다

김희선 입력 2017.02.17. 06:00 수정 2017.02.17. 09: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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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희선]
'이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의미있는 겨울아시안게임은 없다.'

오는 19~26일까지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와 오비히로시 일대에서 열리는 2017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의 얘기다.

올해로 8회째인 겨울아시안게임은 내년이면 벌써 18회째를 맞이하는 여름아시안게임과 달리 상대적으로 역사도 짧고 비중도 크지 않았다. 메가 이벤트인 여름·겨울올림픽 일정을 우선하느라 대회 주기도 들쭉날쭉했다. 당장 이번만 해도 통상적인 4년 주기가 아니라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대회다.

하지만 그 중요성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1년 앞두고 있는 한국은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한국의 목표는 금메달 15개 이상·종합 2위 달성이다. 앞서 치른 7번의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 1999년 강원 대회(금 11개),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대회(금 10개)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대 최고 성적'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진=평창 조직위]

◇ AG 묘미는 한·중·일 삼국지

겨울아시안게임 순위 전쟁은 극동아시아 3강인 한국·중국·일본과 중앙아시아의 겨울스포츠 강국 카자흐스탄의 몫이다. 한국을 포함한 이들 4개국은 1회부터 꾸준히 대회 1~3위를 번갈아 차지하며 스포츠 강국의 입지를 다져온 바 있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의 이웃인 한국과 중국, 일본의 경쟁은 이번 대회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지리적으로 근접한 한·중·일 3개국은 정치 경제 역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아시안게임에서는 항상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데 이번 겨울아시안게임 역시 이 3개국의 대결이 불꽃 튀기는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중·일의 '삼국지'는 이미 선을 보인 바 있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는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에서 펼쳐질 치열한 전쟁의 '미리보기'였다.

먼저 '단거리 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와 일본의 '빙속 첫 월드 챔피언' 고다이라 나오(31), 중국의 강자 위징(32)이 여자 500m에서 격돌했다. 매스스타트에서는 김보름(24·강원도청)을 다카기 나나(25)-미호(23) 자매가 협공으로 쫓았고, 세계선수권에서 부상을 당한 이승훈(29·대한항공)은 츠시야 료스케(23·일본)에게 쫓기고 있다.

쇼트트랙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대결이 치열할 전망이다. 전통의 강자인 한국과 중국은 각자 서로를 꺾고 평창을 기분 좋게 준비하겠다는 꿈에 부풀어있다. 다관왕을 노리는 쇼트트랙 여제 심석희(20·한국체대)는 "중국을 무시할 순 없지만 전 종목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반면 피겨스케이팅은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한 발 앞서 있다. 하뉴 유즈루(23)와 미야하라 사토코(19) 등 자국 톱랭커는 출전하지 않지만 우노 쇼마(20)와 혼고 리카(21) 등을 앞세워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일본의 강세 앞에 한국은 김진서(21·한국체대)와 이준형(21·단국대), 박소연(19·단국대), 김나현(17·수리고) 등이 맞서고, 중국은 '점프 괴물' 진보양(20)과 얀한(21), 리지준(21) 등을 내보내 맞불을 놓는다.

아이스하키도 중국과 일본을 넘어야 한다.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 모두 일본, 중국과 대결이 예정돼 있다. 두 나라를 넘어 '삼국지'서 승리해야만 아시아 최강 카자흐스탄과 금메달을 겨룰 수 있다.

[사진=극우 이념 논란에 휩싸인 삿포로 APA호텔의 내부 전경/APA호텔 홈페이지]

◇ 시작 전부터 후끈한 신경전

한국과 중국, 일본의 경쟁 구도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세 나라 사이에 얽힌 역사적 배경은 이미 대회 시작 전부터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대회 조직위원회 측에서 제공한 선수단 숙소가 극우 성향의 일본 호텔 체인 아파(APA)였기 때문이다. APA 호텔은 최고경영자인 모토야 도시오가 위안부 강제 동원과 난징 대학살 등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아 집필한 책자를 비치해 문제가 됐다. 이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헌장 제36조 부칙인 '어떠한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OCA 대회 관련 장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위반한 행위다.

한국과 중국이 이에 대해 항의하자 조직위원회 측은 "객실 내 비치돼 있는 극우서적을 제거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중국 측이 숙소 변경을 요구해 삿포로 프린스 호텔로 바꿨고, 한국도 같은 곳으로 숙소를 변경했다.

그러나 숙소가 변경된 뒤에도 APA 호텔 측은 객실 내부에 비치한 서적을 치우지 않고 두는 등 한·중 양국의 항의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중 관광객들도 해당 계열 호텔을 보이콧하고 불매 운동에 나서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태도는 변함이 없다.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지만,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중·일 관계가 이번 대회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앞으로 4년간 펼쳐질 3번의 올림픽이 각각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릴레이로 열린다는 점도 신경전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 도쿄올림픽,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까지 극동아시아 3개국이 메가이벤트를 연달아 개최하면서 흥행과 성공 여부를 두고 경쟁하게 됐기 때문이다.

평창 개막을 앞두고 삿포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한·중·일 올림픽 삼국지의 서막이나 마찬가지다.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