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의지한다', 포수 양의지를 향한 WBC 투수진의 무한신뢰

유병민 입력 2017.02.17. 06: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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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유병민]

'의지하다'는 국어사전에서 '다른 것에 몸을 기대다', '다른 것에 마음을 기대 도움을 받는다'는 뜻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의지하다'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대표팀 안방마님 양의지(30·두산)에 대한 무한신뢰를 의미한다. 대표팀 투수진은 입을 모아 "의지하면 된다"고 말한다.

포수 양의지는 이번 WBC 대표팀에서 대체 불가 선수로 꼽힌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모든 선수가 부상을 주의해야 하지만, 양의지는 더욱 그렇다. 양의지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양의지에게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양의지는 "시드니 캠프에서 몸을 잘 만들고 왔다"며 "단기전은 투수력이며 수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공격보다 투수 리드와 수비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의지는 2015~2016시즌 소속 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며 KBO리그 최고 포수 반열에 올랐다. 두산 선발진은 지난해 양의지의 빼어난 투수 리드 속에 4명이 15승 이상을 거뒀다.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영리한 볼배합은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적장도 감탄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양의지의 투수 리드에 대해 "영리한 포수다. 투수 리드는 리그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작 양의지는 "결과가 좋아서 칭찬받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 그는 "전력분석팀이 구해준 영상과 데이터를 분석할 예정이다. 우리가 상대를 잘 모르지만, 반대로 상대도 우리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낯선 팀을 상대하는 포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양의지는 "경기에서 타자의 움직임, 투수의 구위를 잘 고려해서 볼 배합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순간 순간 빠른 판단력과 임기응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어 "생소한 팀과 대결할 때는 실수가 나오면 안된다. 국제대회는 분위기 싸움인데, 실수는 분위기를 넘겨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나 역시 실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에 대한 투수진의 신뢰는 '무한대'에 가깝다. 리그에서 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던 투수들은 대표팀에서 양의지의 파트너가 되는 것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시환(kt)은 "양의지와 한 번 같이 뛰고 싶었다"며 "우승팀 포수 아닌가. 15승 이상 투수를 4명이나 만들었다. 어떤 볼 배합을 하는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차우찬(LG)은 "리그에 만났을 때 양의지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이젠 동료가 됐으니 궁금한 점을 많이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투수들의 반응을 전해 들은 양의지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내가 영광이다. 대표팀 투수들은 팀에사 가장 잘 던지는 투수 아닌가. 올스타전에서 몇 차례 짧게 호흡을 맞춰 봤지만, 정식 경기에선 프리미어12 이후 처음이다.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서 최고의 볼배합을 찾는 것보다 경기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국제대회에선 상대 뿐 아니라 구심도 낯설다. 스트라이크존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 경험은 소중하다. 양의지는 "미국 심판진은 대체적으로 스트라이크존 위·아래가 후하다"며 "프리미어12에서 볼이 되는 낮은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투수에게 매우 유리하며,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대표팀 투수 중 제구력이 강점인 투수가 많은데 스트라이크존을 잘 활용하면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 나이 서른 하나가 된 양의지는 박경완(SK 코치)-진갑용(전 삼성)-강민호(롯데)로 이어져 온 국가대표 포수 계보를 잇고 있다. 국가대표 안방마님이라는 호칭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나는 아직 선배들을 따라가야 할 때인데, 벌써 대표팀에서 후배 김태군(NC)을 끌고 다닌다. 이것도 부담스럽다"며 넉살 좋게 웃었다.

그러나 WBC 대표팀 투수진은 물론 모든 선수들이 양의지를 신뢰하고 있다. 국가대표 안방마님은 양의지에게 가장 어울리는 호칭이 됐다.

오키나와(일본)=유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