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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베이스볼] 개명선수가 무려 8명?..식지않는 '개명열풍'

입력 2017.02.17. 05: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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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아섭(개명전 손광민)-넥센 김세현(개명전 김영민)-LG 진해수(개명전 진민호)-한화 장민재(개명전 장민제)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올해도 KBO리그에 개명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KBO 선수등록 마감시한인 1월31일에 무려 7명이 지난해 이름에서 다른 이름으로 바꿔 등록했고, 이미 개명을 위한 법적 절차를 끝내 놓고 시범경기 시작 즈음에 KBO에 새 이름으로 등록하려고 기다리는 선수도 있다. 이름이 뭐길래…. 올 시즌 KBO리그의 개명 현황과 개명의 사연들을 살펴본다.

● 2017년 개명 등록 선수 8명+?

KBO리그 10개 구단은 소속 선수 614명 등록을 마쳤다. 신인(56명)과 외국인선수(28명)를 제외한 530명 중 지난 시즌과 다른 이름으로 등록한 선수가 7명이나 된다.

넥센의 김정훈과 임동휘는 각각 김건태와 임지열로 개명했다. 김건태는 2010년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유망주 투수였지만, 인고의 시간을 거친 뒤 지난해 9월16일 kt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하면서 데뷔 7년 만에 개인통산 첫 승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집에서 ‘정훈’과 ‘건태’ 2개의 이름으로 불렸는데, 작명가가 “훗날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해 지난해 초 법원에 개명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뒤 허가심사를 통과하자 지난 시즌 후 KBO에 ‘김건태’로 등록하게 됐다. 아울러 2014년 넥센에 2차 2라운드 지명돼 입단한 내야수 임동휘 역시 지난 시즌 후 법적 개명 절차가 완료되면서 임지열로 이름을 바꾼 뒤 경찰야구단에 입단했다.

넥센은 최근 개명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김영민이 김세현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해 세이브왕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2004년 신인왕 출신인 오재영이 시즌이 한창 진행되던 8월에 오주원으로 개명 등록한 뒤 마운드에 올랐다.

KIA 내야수 고영우도 올해부터는 ‘높은 곳에서 오랫동안 빛나라’는 의미에서 ‘고장혁’으로 개명했다. 이밖에 NC 민성기는 민태호, KIA 박상옥은 박서준, kt 정다운은 정주후, 두산 박창빈은 박찬범으로 이름을 바꿔 등록했다.

여기에다 kt 김동명은 아직 KBO에 개명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법적 개명 절차를 끝낸 상태다. 이미 스프링캠프에서 유니폼에 바뀐 이름 김동욱을 새기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어 귀국 후 KBO에 바뀐 이름을 등록할 전망이다. 이로써 2017년 개명 선수는 조만간 최소 8명으로 늘어나게 되고, 시즌 중에도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전 롯데·SK 전력분석원 김바위.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원조’ 김바위의 개명 사연

KBO리그 원조 개명선수는 김바위 전 롯데 전력분석원이다. 1982년 ‘김용윤’이라는 이름으로 MBC 청룡 유니폼을 입고 원년 멤버로 1루수로 활약한 그는 이듬해인 1983년 이름을 ‘김바위’로 바꿨다. 당시 MBC에는 포수 김용운(작고)과 1루수 김용달 등 ‘김용’으로 시작하는 3명의 선수가 한솥밥을 먹고 있었다. 특히 김용윤과 김용운은 이름이 너무나 비슷했다. 항간에는 ‘그래서 김용운이 김바위로 개명했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에게 물어본 결과 “그 이유로 이름을 바꾼 것은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고향이 충남 부여인데, 동네 뒷산에 유명한 바위가 있었다. 호적에는 항렬대로 ‘용운’으로 이름을 지어 등록했지만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그 바위처럼 무병장수하라고 계속 나를 ‘바위’라고 불렀다. 이후 김용윤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다 1982시즌이 끝나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면서 아예 어릴 때 불리던 ‘바위’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개명 절차가 복잡했다. 심지어 집안에 간첩이 있는지도 조사할 정도로 까다로웠다. 당시엔 ‘바위’라는 흔치 않은 이름 때문에 어색해 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할 때 내 이름을 얘기하면 ‘예전에 프로야구 선수 아니었느냐’면서 알아봐준다. 얼굴은 기억하지 못해도 이름은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로선 개명을 해서 성공한 것 아니냐”며 웃더니 “요즘엔 개명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로선 개명 선수라고 하면 관심이 한번 더 가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 늘어나는 KBO리그 개명선수들

실제 최근 KBO리그에는 개명하는 선수들이 많다. 2013년부터만 따져도 최근 5년간 무려 31명이나 된다. 연평균 6명꼴이다<표 참고>. 2005년 대법원이 성명권을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을 위해 폭넓게 허용해야한다고 판결하면서 법적 개명 절차가 쉬워지자 일반인들은 물론 프로야구 선수들의 개명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예전엔 비장한 각오를 얘기할 때 ‘이름만 빼고 다 바꾼다’고 했지만, 이제는 ‘이름까지 바꾸는’ 시대가 됐다.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인생역전’을 꿈꾸며 절박한 심정으로 개명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실제로 개명 후 성공하는 선수들도 늘고 있다. 롯데 손아섭은 2009년 손광민에서 이름을 바꾼 뒤 성공가도를 달리는 대표적인 선수다. 이젠 ‘손광민’이라는 과거 이름이 어색하기만 하다.

롯데엔 손아섭 외에도 유난히 개명 선수들이 많아 눈길을 모았다. 지금은 은퇴를 하거나 트레이드된 선수도 많지만, 아직 박종윤(종전 박승종), 문규현(종전 문재화), 이우민(종전 이승화) 등이 남아있다.

한화엔 자세히 보지 않으면 개명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든 선수들이 있다. 장민제는 장민재로 바꿨고, 심수창은 한글은 똑같지만 창(昶)을 창(昌)으로 바꿨다. 정재원(종전 정종민)과 장민석(종전 장기영)도 개명했다. LG 신승현은 SK 시절 김명완에서 개명했는데, 가정사로 인해 이름은 물론 성까지 바꿨다. 이밖에 LG에는 진해수(종전 진민호)와 김재율(종전 김남석), kt에는 장시환(종전 장효훈)과 윤요섭(종전 윤상균), 삼성에는 박근홍(종전 박정태), SK에는 전유수(종전 전승윤) 등이 개명한 대표적 선수들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