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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오키나와] '동분서주' 김인식 감독의 열정은 감동이다

입력 2017.02.17. 05: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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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편히 쉴 날도, 마음 놓고 앉을 틈도 없다.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고자 하는 일념은 그를 누구보다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칠순의 노(老)감독의 열정이 감동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키나와(일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김인식(70) 감독은 국민감독으로 통한다. WBC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다. 2006년 제1회 대회 4강, 2009년 제2회 대회 준우승을 이끌며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기에 더욱 그렇다. WBC가 처음 개최된 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대표팀의 지휘봉은 김 감독이 잡고 있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번 대표팀은 아직도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와 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10일 일찌감치 28명의 최종엔트리를 발표했지만, 이후 공식적으로 7차례나 선수가 교체됐다. 김 감독의 입에서 ‘걱정’이라는 두 글자가 자주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3일부터 열흘간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구장에서 진행되는 전지훈련에 대해서도 “시간이 짧다.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고 근심을 내비쳤다. 그러나 막상 전지훈련이 시작되자 김 감독은 열정을 불태우며 선수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훈련 중인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친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이 14일 일본 오키나와 우루마시 구시카와 야구장에서 공식훈련을 가졌다. 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양현종의 투구를 바라보고 있다. WBC 대표팀은 오는 22일까지 오키나와에서 훈련 및 연습경기를 치른뒤 23일 귀국한다. 오키나와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동분서주하는 노(老) 감독의 열정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김 감독은 악조건 속에서도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되는 공식훈련 시간에 쉴 틈 없이 동분서주하는 것도 그래서다. 구시카와구장 메인그라운드에서 ‘매의 눈’으로 타자들의 프리배팅을 지켜보다 투수들이 불펜피칭을 시작하는 오전 11시경에는 불펜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선동열, 송진우 투수코치가 동행하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내 투수들의 구위를 점검한다. “야수들은 몸놀림이 괜찮은데, 투수들이 걱정”이라던 김 감독의 시선은 일단 마운드로 향할 수밖에 없다.

혹여 선수들이 무리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다 다치진 않을까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선발 후보인 이대은(경찰야구단)이 실전감각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음에도 강한 의욕을 보이자 “알아서 잘 조절하고 있지만, 갑자기 무리하면 다친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감독과 코치는 물론 동료들도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 좋은 예. 오후 훈련 때 실내연습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투수들을 관찰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선수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다소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바쁘게 움직이는 김 감독을 보며 선수들도 더욱 힘을 낸다. 김태균(한화), 최형우(KIA) 등 주축 타자들이 특타(특별타격훈련)를 자청하며 의지를 불태우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KBO 관계자도 “감독님의 의지가 정말 강하시다”고 귀띔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이 15일 일본 오키나와 우루마시 구시카와 야구장에서 공식훈련을 가졌다. 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김태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WBC 대표팀은 오는 22일까지 오키나와에서 훈련 및 연습경기를 치른뒤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오키나와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국민 감독’의 선수 기 살리기

감독은 ‘못 하면 역적’이 되는 자리다.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이 딱 맞다. 그만큼 선수구성이 중요하다. 김 감독은 선수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의 대표팀 합류와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 결과 오승환은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여전히 마운드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오승환의 존재는 더욱 커 보인다.

선수에게 감독의 칭찬만한 동기부여는 없다. 김 감독도 요즘 ‘선수 기 살리기’에 한창이다. 15일 일본 아사히TV와 인터뷰에서 “최형우의 타격은 톱클래스 수준이다. 김현수(볼티모어), 추신수(텍사스)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 것이 좋은 예다. 실전감각이 올라오지 않은 투수들에 대해서도 “베테랑들은 알아서 잘 만든다”, “무리할 것 없이 대회에 컨디션 맞출 수 있도록 돕겠다”며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21일 이시카와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LG 2군과 연습경기를 취소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에피소드도 있다. 15일 훈련에서 백업 포수 김태군(NC)의 프리배팅 타구 2개가 연달아 담장을 넘겼다. 주위에서 감탄하며 “4번타자”라고 하자, “누가 4번타자냐”고 호통을 치면서도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는 것이 기쁜 눈치였다. “이제 고민도 필요없다. 부딪쳐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 감독의 열정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대표팀의 희망요소임이 분명하다.

오키나와(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