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장유유서도 아는 진짜 한국사람"

평창/윤형준 기자 입력 2017. 2. 17. 03:04 수정 2017. 2. 17.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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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한 루지 국가대표 아일린, 獨대표서 은퇴 후 지난해 정착
코치진 "현재 기량 한창때 70%".. "기회 준 한국에 메달로 갚겠다"

"독일 이중 국적 없어요. 저는 한국 국적만 가진 오롯한 한국 사람입니다."

하얀 피부에 푸른 눈, 금발인 독일 출신 귀화 루지 선수 아일린 프리셰(25)는 서툰 한국말로 "저 진짜 한국 사람이에요" 하고 강조했다. 그는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아일린은 작년 말 특별 귀화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귀화 과정에서 출생지 독일 국적을 잃었다. 독일 국민은 사전에 정부 허가를 받지 않고 유럽연합(EU) 이외 국가에서 새 국적을 얻으면 즉시 독일 국적을 상실한다. 아일린은 이런 결정을 한 데 대해 "귀화가 먼저였다. 중요한 건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느냐였지 독일 국적을 유지하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일린은 한국 양궁 국가대표만큼 되기 어렵다는 독일 루지 국가대표였다. 독일은 역대 동계올림픽 루지 금메달 44개 중 31개를 따낸 최강국이다. 아일린은 주니어 선수로는 연령별 국가대표를 거친 엘리트였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차츰 경쟁에서 밀려났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고, 23세인 2015년엔 은퇴를 발표했다. 운동을 쉬고 있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대한루지연맹이었다. 아일린은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가는 평생 꿈을 이루고 싶었다"며 귀화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2년 가까이 운동을 쉰 탓에 아일린의 기량은 아직 정상 수준이 아니다. 한국 대표로 처음 출전했던 지난달 6일 독일월드컵에선 12위로 선전했지만, 이어 열린 세계선수권에선 34위로 밀렸다. 루지연맹 관계자는 "현재 아일린의 몸 상태는 현역 시절의 70% 수준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훈련을 반복하면 평창올림픽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아일린은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생 '제2의 기회'를 준 한국에 올림픽 메달로 갚겠다"고 했다.

아일린은 올림픽 이후에도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유망주를 키우며 루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먼저 '100% 한국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어 공부는 물론 연장자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장유유서' 개념도 익히고 있다고 한다. 아일린은 "높임말은 단어가 달라 어렵다. 그래도 시간을 내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주변에선 "매운 족발까지 먹겠다고 나설 만큼 적극적으로 한국을 익히려고 한다"고 거든다.

아일린의 한국 무대 데뷔전은 17~19일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리는 루지 네이션스컵과 월드컵이다. 17일 개막하는 네이션스컵은 일종의 예선전이다. 이 대회에서 12위 안에 들어야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다. 본선인 월드컵은 18~19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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