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칼럼] '아듀' 축구연구소, 425일의 추억 그리고 작별

조회수 2017. 1. 12. 17: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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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박경훈 감독과 전주대 제자들의 "굿바이"

“한국축구는 전력분석관이 아쉬워.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5분은 분석관의 몫이야. 선수들에게 상대팀 장단점을 설명하고 감독과 전략을 고민할 수준이 되어야지. 제주 시절 꼭 필요했거든. 그런 인물들을 키워보고 싶어.”

박경훈 교수님(現 성남FC 감독)께서 저희와 처음 마주한 날 악수를 건네며 하신 말씀입니다. 덧붙여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결과물까지 만들 줄 알아야 발전한다는 가르침에 칼럼 연재를 결정했습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6년 3월부터 ‘박경훈의 축구연구소’로 함께하던 전주대학교 축구학과 분석팀(김동현, 최정탁, 이동재, 기만수, 김민혁)입니다. 칼럼을 통한 인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네요.

지난해 12월 1일자로 박 교수님이 성남FC 감독에 취임한 소식은 익히 아실 겁니다. 여기에 ‘박경훈의 축구연구소’도 기쁘게 마무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지막 칼럼은 의미 있는 마무리를 준비했습니다. 전술과 분석의 세계를 더 쉽게 소개해드리고 ‘한국 최고의 전술가’ 박경훈 교수님과 제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및 서로를 응원하는 메시지, 축구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도 정리했습니다.


“축구학과에 유산을 남겨주겠다”

분석팀 결성은 2015년이었습니다. 축구 분석관 및 축구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모아서 ‘축구학과 분석팀’을 결성했습니다. 강의실 한 곳을 분석실로 개편하며 세계축구 트렌드 연구부터 시작했습니다.

결과물과 세상을 향한 소통도 필요했습니다. “칼럼을 써보자. 지금은 내 이름을 걸었지만, 내가 혹시 감독으로 복귀해도 너희끼리 헤쳐 나갈 경험이 필요하다”며 ‘박경훈의 축구연구소’를 시작했습니다.

축구영상분석 칼럼. 유례없는 도전이었습니다. 유럽축구는 새벽에 진행되어서 학생들의 잠을 줄여야 했고, K리그는 교수님과 일부 학생이 현장으로, 일부 학생은 분석실에서 영상편집을 하는 이원화를 시도했습니다.


“모든 분석의 종착점은 한국축구의 발전이다”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한국축구는 아직 전문 분석관이 부족하고 인식도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박 교수님과 학생들이 축구 분석을 공부하고 이 길을 꿋꿋이 걷는 이유는 뚜렷합니다.

“축구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인기 있는 문화예술이자 종교이고 산업이야. 그 축구를 가장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전술 분석이지. 축구발전은 전술의 역사와 함께 해왔어. 이 뜻은, 모든 분석의 종착점은 한국축구의 발전을 목표로 할 수 있다는 의미야. 축구를 사랑하고 공부하는 학생들로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

“분석은 크게 질적(전략,전술)분석과 양적(데이터)분석이 있어. 질적분석은 사람이 해야 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해도가 떨어져. 어려운 작업이지. 정답이 없어서 끝도 없는 게 축구분석이야.”

“감독의 철학부터 시작하자. 그 안에 포메이션과 팀 전략이 포함돼. 압박의 시작점과 라인간격 및 공수형태가 현대축구의 중심이야. 어떤 선수가 핵심이고 공략법은 무엇인지, 상대는 우리의 어떤 점을 노릴 것인지 알게 될 거야. 이제 계산하며 상대를 무너뜨리는 희열도 있어. 디테일하게 파고들어야 해.”

‘왜’하고 ‘어떻게’해야 하는지 알게 된 학생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유로 2016과 코파아메리카가 시작된 여름방학에도 분석실을 지켰습니다. 최근 첼시의 쓰리백이 큰 화두로 떠오르자, 각자 분석을 자처해서 토론하며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노력은 좋은 소식들로 이어지는 중입니다. 1대 팀장 김태호 학생(축구학과 12)이 성남FC 전력분석관으로 합류했습니다. 이외 학생들도 방학 동안 각급 축구부 전지훈련에 전력분석관으로 경험을 쌓는 중이고 취재 및 인터뷰 활동도 이어가는 중입니다.


제자들이 박경훈 감독에게

늘 애정을 쏟으시고 성남FC 취임 후에도 신경 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항상 저희에게 편하게 대해주시는데도, 워낙에 큰 축구인이셔서 어려울 때도 많았답니다.

여름엔 지치기도 했어요. 하지만 교수님은 방학이 시작되자 해외 전술 자료들을 모아서 먼저 분석실로 찾아오셨죠. 단어 하나까지 해석하며 저희와 토론하시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저희도 그때쯤 정신 차린 것 같아요.

칼럼 원고료 전액을 저희에게 쓰신 것도 놀랍습니다. 덕분에 분석실을 새 단장했네요. 올해 2017년 팀 운영비도 충분히 확보되었습니다. 교수님 뜻처럼 스스로 헤쳐 나갈 경험들도 많이 길렀고요.

성남FC 감독으로 취임 후 “미안하다”며 먼저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좀 훈련과 경기 보러 오라는 잔소리가 얼마나 든든하게 느껴지는지 모르실테죠? 깊은 가르침과 즐거운 추억 잊지 않겠습니다.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데도, 마지막 칼럼이란 생각에 괜히 찡하네요.

늘 강조하시던 대로 사명감과 깊이를 갖춘 축구인들로 자라겠습니다. 성남FC에서도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교수님의 "저녁 먹자"가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박경훈 감독이 제자들에게

제주에서 5년 간 감독으로 지내며 많이 지쳐있었는데, 학교로 돌아가서 많은 것들을 다시 채우게 되어서 고맙기만 하구나.

다 너희들이 열심히 하려고 한 덕분이었다. 펩과 클롭, 무리뉴, 콘테 등 세계적인 감독들의 공통점은 분석에 미쳐있는 사람들이란 점은 이제 너희가 더 잘 알 것이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축구철학을 정립해서 모두 최고로 불리길 바란다.

젊은 학생들에게 맞춰서 답을 찾아주기 보다는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길 바랐는데, 내 뜻을 잘 받아들여주었구나. 너희와 늦게까지 분석실에서 축구 이야기를 하던 시간은 선생님에게도 소중한 추억이야.

아무래도 감독직을 맡은 상황에서 연락을 자주 못 할 수 있겠지만 이해하길 바란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건강히 발전하는 제자들이 되길 기도할게.

후배들도 잘 챙기고, 모두 최고가 되어서 선생님과 만나길 기다릴게.

축구연구소를 사랑해주신 분들께

축구연구소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분석 콘텐츠는 쉽지 않은 주제였습니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교수님의 조언과 학생들의 열정이 합쳐진 분석칼럼은 하나의 멋진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경훈 감독 및 전주대 축구학과 일동은 멈추지 않고 발전하고 도전하겠습니다. 즐거운 경험을 쌓도록 공간 마련해준 다음스포츠 측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국축구 발전에 힘을 보태는 ‘축구연구소’가 되겠습니다.

글 = 박경훈 감독(성남FC),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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