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사도스키가 찜한 '저비용' 마켈, '고성능' 에이스'될까

조회수 2016. 12. 25. 10: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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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준영의 외인 리포트]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

롯데의 2017시즌 외국인 투수진 구상에는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킨 레일리-린드블럼 듀오와 3시즌 연속 함께 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린드블럼이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딸의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미국 복귀를 결정하면서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선택해야 했다.

지난 2년 간 387.1이닝 23승 ERA 4.35를 기록한 린드블럼을 대신해 롯데가 새로 영입한 투수는 바로 파커 마켈(Parker Markel)이다.

롯데는 마켈과 총 52만 5000달러(연봉 50만 불/ 사이닝보너스 2만 5천불)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는 데 100만 달러를 넘나드는  타 구단의 새 외국인 투수들의 몸값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다만 다른 투수들과 달리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한 마켈의 커리어를 감안한다면 딱히 염가는 아니다.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파커 마켈. (사진: OSEN)   

최근 KBO 리그에 입성하는 대다수 외국인 투수들은 메이저리그 경력자들이다. 때문에 최근 3시즌 간 마이너리그에서 불펜 투수로만 뛴  27세 마켈을 영입한 것은 상당히 과감한 선택이다.  

물론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저비용'에  영입을 할 수 있었다.   롯데 사도스키 해외스카우트 코치가 1순위로 추천한 것으로도 알려진  마켈이 '저비용 고효율'  선발 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의 이력과 가능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History

파커 마켈의 프로필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마운틴 리지(Mountain Ridge) 고등학교를 졸업한 마켈은 2009 드래프트에서 32라운드 960순위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지명됐지만 계약하지 않았고 야바파이(Yavapai) 주니어 칼리지 입학을 택했다. (야바파이 주니어 칼리지는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BK 김병현의 동료이자 '핏빛 투혼' 커트 실링이 활약했던 학교다.)

그는 바로 이듬해인 2010 드래프트에 다시 참가했는데  오히려 지명 순위는 39라운드 1181순위로 대폭 하락했다. 하지만 마켈은 자신을 지명한 탬파베이와 7만 5천달러에 계약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명 당시 많은 스카우트들은  마켈을 불펜 투수 감으로 평가했지만 탬파베이는 마켈을 선발투수로 육성하려 했다.  커리어 초반, 마켈은 탬파베이의 이런 기대에 부응했다.  11시즌 로우싱글A에서 13경기 3승 4패 ERA 3.14  57.1이닝을 기록했고  12시즌에는 싱글A에서 24경기 11승 5패  ERA 3.52 120이닝을 기록하며 순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13시즌 하이싱글A에서 18경기 4승 7패  ERA 6.37로 마켈이 벽에 부딪히자 결국 탬파베이는 선발 육성 계획을 포기하고 만다. 이후 불펜으로 전향한 마켈은 14시즌 AA, 15시즌에는 AAA 진입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시즌 AAA에서 34경기(1선발)를 등판해 60.2이닝 ERA 2.52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결국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를 기회는 잡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이후 FA자격을 얻은 마켈은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을 일단 접고 롯데와 계약하며 KBO리그 행을 택했다.

피칭 스타일

마켈의 프로통산 성적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투구 폼이 쓰리쿼터 형에 가까운 마켈은 싱커성 무브먼트를 가진 91-97마일(146-156km)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다. 거기에 플러스급 구종인 체인지업과 평균 수준의 슬라이더, 그리고 간간히  커브도 구사한다. 구속이 빠르고 다양한 구종을 지닌 마켈을 선발로 키우려 했던 탬파베이의 선택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마켈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투구 폼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갑작스레 제구 난조에 빠지는 유형이다. 최소 5이닝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투수로서는 치명적 단점이다.

게다가 마켈은 이닝이 거듭될 수록 구속이 급속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경기 초반 아무리 좋은 공을 던진다고 해도 완급조절이 어렵다면 선발로 자리잡기 어렵다. 2011년 이후 3시즌 간 선발 수업을 받은 마켈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다만 제구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 치곤 기록 상 아주 많은 볼넷을 내주진 않았다. 마이너리그 통산 BB/9(9이닝 당 볼넷) 3.44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쁜 수치도 아니다. (올시즌 AAA에서는 BB/9 3.56)

2016 KBO리그에서는 양현종이 BB/9 3.46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K/9(9이닝 당 탈삼진) 7.32 역시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마켈은 싱커성 무브먼트가 있는 패스트볼을 던지기 때문에 땅볼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마이너리그 통산 46.4%) 다만 전문 싱커볼러들처럼 압도적인 땅볼 비율을 기록하는 수준은 아니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비교

마켈과 비교대상인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의 주요 기록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마켈은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다. 하지만 롯데는 선발 경험이 그리 많지 않던 투수를 영입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바로 마켈의 전임자인 린드블럼이다. 린드블럼은 KBO리그에 오기 전까지 선발등판 경험이 73경기(총 264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2시즌 동안 풀타임 선발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물론 문제도 있었다. 린드블럼은 KBO리그 첫 시즌 32경기 13승 11패 ERA 3.56 210이닝으로 엄청난 활약을 했지만, 두번째 시즌에는 30경기 10승 13패 ERA 5.28 177.1이닝에 그쳤다.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첫번째 시즌에서 오버페이스를 한 여파가 두 번째 시즌의 부진으로 돌아온 것이다.

참담한 실패 사례도 있다. 올시즌 SK는 시즌 중 크리스 세든을 대체할 외국인 투수로 선발 경험이 75경기 뿐이었던 좌완투수 라라를 영입했었다. 결과는 대실패. 평균 구속 150km의 빠른 속구에도 불구하고 BB/9이 5.6일 정도로 제 풀에 무너졌던 라라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총 17경기 등판했지만 세든 (5승 5패 ERA 5.37)의 성적표에도 미치지 못했다. 

린드블럼과 라라는 선발 경험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린드블럼의 경우 KBO리그로 이적하기 전 13-14시즌에는 거의 선발(46경기 중 40경기)로만 등판한 반면, 라라는 KBO리그 이적 전 14시즌은 물론 KBO리그로 이적한 15시즌에도 주로 불펜으로만 뛰었다.(57경기 중 5경기)

마켈의 경우 린드블럼보다는 라라에 가깝다. 마켈은 16시즌 AA와 AAA에서 등판한 43경기를 통틀어 단 1경기만 선발로 등판했다. 14-15시즌에는 단 1경기도 선발로 뛰지 않았다. 물론 시즌 중 이적한 라라와 달리 마켈은 겨우내 선발 전향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 상태다.

체크 포인트

올시즌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었던 외국인 투수는 한화 카스티요(AAA)-마에스트리(NPB)와 넥센 맥그레거(독립리그), kt 로위(멕시칸리그)-피어밴드(AAA), SK 켈리(AAA)-라라(AAA)까지 총 7명이다. 이중 켈리를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은  내년 KBO리그 마운드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희박하다. 

경력이 확실히 검증된 고비용 투수를 제외하면 외국인 투수의 KBO리그 안착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특히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투수의 성공 가능성은 극히 낮다. 위험성이 크기에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5.5) 등 세부 지표를 따졌을 때  2016시즌 리그 정상급 투수였던 SK 켈리는 타 팀 외국인 에이스에 비하면 염가인 85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투수들은 성공만 한다면 대단한 가성비를 보여줄 수 있다. 

이런 투수의 영입 성공 여부에서 각 구단 해외 스카우트팀의 역량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롯데 구단의 해외 스카우트팀은 2015시즌 영입한 레일리, 린드블럼, 아두치가 그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는 쾌거도 있었고 지난 시즌엔 아두치를 교체하는 긴급 상황에서 기민한 대처를 보이기도 했다. 저비용의 마켈마저 성공한다면 롯데는 해외 스카우트의 뛰어난 역량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될 것이다.

마켈은 빠른 구속과 다양한 구종까지 선발로서 매력이 상당하다. 하지만 경기 초반 이후 급격한 구속 저하나 갑작스런 제구 난조 등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난제들도 공존하는 투수다. 마켈의 프로 경력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지만  90년 생으로 아직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는 나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한국팀의 1라운드 탈락으로 충격을 준 2013년 WBC에서 한국 선수들을 예리하게 분석한 '사도스키 리포트'로 유명세를 탔던 사도스키 코치가, 본인이 강력 추천한 마켈을 통해 다시 한번 감식안을 인정받을 수 있을 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위키피디아,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길준영 기자/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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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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