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글이 외면한 '3-4-5' 2루수, 박경수의 진심

조회수 2016. 12. 15. 20: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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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민호의 기록 人터뷰] FA 이적 후 정상급 2루수로 도약한 kt 박경수

2루수는 2016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포지션 중 하나다. 한화 정근우는 18홈런 88타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함과 동시에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121)과 11년 연속 20도루를 기록했다. 

넥센 서건창은 2루수 중 가장 많은 안타(182)와 도루(26)를 기록하며 2014 정규시즌 MVP다운 모습을 회복했다. 이외에도 2루수 중 가장 고타율(0.343)을 기록한 NC 박민우,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겨 좋은 활약을 펼친 SK 김성현 역시 후보에 올랐다. 

치열한 경쟁 끝에 선정된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은 2015시즌 부상의 악몽을 딛고 부활한 넥센 히어로즈의 서건창이었다. 기자단은 그의 출장 경기(140) 수, 그리고 2루수 최다안타/최다도루 기록에 높은 점수를 줬다. ( 득표 결과: 서건창 122표, 정근우 107표, 박민우 71표, 박경수 37표, 김성현 8표) 

토종 2루수 최초로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박경수 (사진: kt 위즈)

하지만 시상식의 결과를 떠나 ‘기록’을 중심에 두고 본다면, 올시즌 가장 가치있는 2루수는 kt 박경수가 아니었을까?  올시즌 박경수는 리그 2루수 중 가장 많은 홈런(20)을 터뜨렸고  가장 높은 OPS(0.934)와 WAR(4.44, KBReport.com  기준)를 기록했다. 

토종 2루수 최초로 2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하고 2루수 중 유일하게 3-4-5 라인(3할 타율-4할 출루율-5할 장타율)을 기록하는 등 임팩트 역시 상당하다. 쉽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후보들 중에서도 그의 성적은 특별했다. 

역대 최장 기간인 데뷔 14년 만의 첫 골든글러브, 그리고 kt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선수 중 최초의 골든글러브 수상이 점쳐졌던  kt 위즈 부동의 2루수 박경수를  시상식 하루 전인 12일 만나,  ‘진화’, ‘골든글러브’, ‘캡틴’, 그리고 ‘도전’ 이라는 4개의 주제어로 그의 진심을 들어 봤다.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조리있게 자신의 야구관을 밝힌 박경수 (사진: 케이비리포트 계민호 기자)  

달라진 마음가짐, 그리고 진화

FA 이적 전후 시즌 평균 기록 (기록 출처: KBReport.com, 사진: LG 트윈스/kt 위즈)  

2014시즌 종료 후 kt로 이적한 박경수는 이적 첫 시즌부터 괄목상대할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LG 시절까지만 해도 ‘거포’라는 단어와는 아무 인연이 없던 그가 지난 시즌 무려 22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쏘아 올렸다. 이는 이전 커리어 하이(8홈런)의 3배에 가까운 수치. 비약적인 장타력의 변화를 보인 그에게 자연스레 ‘수원 거포’라는 별명이 붙게 된다. 

박경수는 이에 대해 “팀이 바라는 점이 달라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라고 밝혔다. LG 시절 그는 대부분 2번(32.0%)과 9번(22.0%)타자로 기용됐다. 그의 주된 역할은 ‘해결’이 아닌 ‘연계’. 그는 주자를 불러들이기보다는 주자의 진루에 신경 써야 했고, 이는 LG 시절 누적 홈런(43)보다 2배 이상 많은 희생번트(91) 수로 나타났다. 

하지만 kt에서는 달랐다.  kt의 초대 수장인 조범현 감독은 ‘20홈런도 가능한 선수’ 라는 당시로는 믿기 어려운 평가와 함께 박경수에게 중심 타자의 중책을 맡겼다.

 LG시절 중심 타선에서 뛴 비율이 6.4%에 불과했던 그는 이적 첫 해인 2015시즌 70% 이상을 중심 타자로 출장했다. 팀의 주문이 바뀌자 타석에서의 접근법과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그는 “삼진을 당하더라도 내 스윙을 하려 했다”며  변화된 부분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는 22홈런과 73타점, 커리어 하이로 이어졌다. 

kt 이적 전/후 박경수의 타순별 타수와 비율 (기록출처: KBO 홈페이지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아쉬운 점도 있었다. 지난 시즌 22홈런 73타점을 기록했지만 무려 115개의 삼진을 당했다. 이숭용 타격코치는 “볼넷과 홈런이 많으니 크게 신경쓰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폭증한 삼진에 눈이 가지  않을 수는 없었을 터.

박경수는 “삼진을 줄이기 위해 작년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치자는 생각으로 시즌에 임했다. 기술적인 변화보다는 좀 더 공격적으로 치려고 노력했다”며  타석에서의 마음가짐 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진화했다. 적극적인 스윙 덕에 루킹 삼진의 비율이 37.4%에서 25.0%로 크게 줄었고  삼진 수 역시 지난 시즌의 115개에서 80개로 대폭 줄었다.  

2015시즌 개화한 장타력은 올시즌에도 고스란히 유지되었고  박경수는 리그에 손꼽히는 ‘선구안과 장타력을 갖춘 타자’로 도약했다. 그는 올 시즌 단 11명 만이 달성한  ‘3-4-5라인’을 기록하며 완성형 타자로 거듭났다.

‘거포 2루수’ 박경수, 작년과는 달랐던 골든글러브 도전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주요 후보들의 성적 비교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kt 이적 이후 그는 리그 정상급 2루수로 도약했다. 앞서 언급했듯  박경수는 올 시즌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유력한 후보였다. 그는 선수 평가 척도인 WAR을 비롯해 OPS, 홈런 등 주요 부문에서 2루수 중 최고 기록을 올렸다.  다수 언론을 포함 많은 팬들도 그의 첫 골든글러브 수상을 예상했다 . 

박경수 역시 “골든글러브는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상 아닌가. 프로 선수라면 누구라도 받고 싶어하는 상이고, 나 역시 야구 인생에서 꼭 한번 받고 싶은 상이다. 당연히 욕심이 난다”라며 골든글러브 수상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내비쳤다.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웬지 이번에는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세를 낮추면서도, “WAR, OPS, 홈런, 그리고 3-4-5라인 등은 분명 나만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이 어필된다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라며 수상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조심스레 드러내기도 했다.

비록 수상자가 서건창으로 결정되며 골든글러브의 꿈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지만, 올시즌 그의 도전은 지난 해와는 또 달랐다. 작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나바로라는 압도적 대세에 밀려 그저 '한 명의 후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유력한 수상 후보'로 주목의 대상이 된 것이다. 33세의 그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었다. 

KBO의 역대 ‘토종 2루수 20홈런’ 달성자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커리어 첫 골든글러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2년 간 보인 그만의 ‘색깔’은 더 큰 주목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는 KBO 사상 단 4명 뿐인 ‘20홈런 토종 2루수’이며, 토종 2루수 최초의 2년 연속 20홈런 타자다. 대부분의 2루수들이 상위 혹은 하위 타선에 배치되는 가운데 유일하게 중심 타선에서 활약하는 2루수가 박경수다.

그 역시 이에 대해 “내가 어필할 수 있는 특장점은 역시 장타” 라며 “가능하다면 30홈런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그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매년 20홈런 이상은 때려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어야 인정받지 않나? 나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싶다”며 목표를  밝혔다. 

그의 포부가 그대로 실현된다면 향후 ‘거포 2루수’의 대명사로 박경수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올해 아쉬움을 남긴 골든글러브 역시 자연스레 그의 몫이 될 것이다.

‘캡틴 박경수’, 그리고 신생팀 kt

kt 주장 박경수는 올 시즌 가슴에 ‘C’자를 붙이고 경기에 나섰다 ⓒ kt 위즈  

올 시즌 박경수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가 바로 ‘캡틴’이다. 박경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의 투표를 통해 팀의 2대 주장으로 선출됐다. FA 이적 후 짧은 시간 내 선수단의 신망을 얻었다는 반증. 그는 올 시즌 선배와 후배,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를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지난 8일 ‘2016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는 올해의 캡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그의 리더십이 팀의 성적과 직결되진 못했다는 것. kt는 개막 후 첫 한 달간 12승 13패로 공동 5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후 부상과 사건, 사고가 이어지며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kt는 결국 53승 2무 89패, 리그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박경수는 이에 대해 “프로는 결과로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창단 후 2년 연속 최하위를 했지만 분명히 얻은 부분이 있다”며 희망을 말했다. 

그가 이야기한 ‘희망’의 근거는 바로 유망주들. 그는 “우리는 다른 팀 선수들보다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면서 점점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몇 년 내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이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캡틴 박경수는 꼽은 다음 시즌 주목할 kt 선수들. 하준호, 심우준, 엄상백, 심재민  ⓒ kt 위즈  

그에게 다음 시즌 주목할만한 선수에 대해 묻자,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이어졌다. 그는 기대되는 야수로 하준호와 심우준을 꼽으며, 특히 “심우준은 지난 시즌에 비해 정말 많이 성장했다. 심우준처럼 어린 선수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을 해주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투수 중에서는 엄상백과 심재민을 기대주로 꼽았다. 그는 “엄상백은 어린 나이에도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공을 던질 줄 안다. 또 심재민은 좌완이면서 빠른 공을 던진다. 올시즌 스피드가 145km/h 이상 나온 적이 있었는데, 뒤에서 수비를 하면서 굉장히 놀랐다”며 “강팀들은 다들 투수가 좋지 않나. 이들이 잘 커준다면 우리 팀도 선발 야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이 박경수의 기대대로 잘 성장해준다면 수 년 내  kt가 중위권으로 도약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 kt를 응원하는 팬이라면 한 번 쯤 해봤을 상상, 이들이 경험을 쌓아 팀의 중심축으로 자리잡는 날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찾아 올지도 모른다.

계속되는 도전, 그가 바라보는 목표

박경수는 신임 김진욱 감독의 취임식에서 주장 연임에 대한 뜻을 내비쳤다 ⓒ kt 위즈  

1군 진입 이후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kt는 올 시즌 종료 뒤 변화를 선택했다. 시즌 종료 후 kt는 조범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신임 감독으로 김진욱 전 두산 감독을 선임했다. 단장 역시 임종택 농구단 단장으로 교체했다. 외국인 선수 보유도 3명으로 줄어들 kt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셈이다. 

박경수 역시 도전을 계속한다. 박경수는 김진욱 감독의 취임식에서 다음 시즌에도 주장을 맡고 싶다는 뜻을 김진욱 감독에게 전했다. 김진욱 감독은 “밖에서 봤을 때 신생팀에 어울리는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신생팀에 어울리는 주장이 될 자신이 있다면 내년에도 주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며 그의 요청을 사실상 승락했다. 

그에게 이에 대해 묻자 우리 팀은 뼈대와 전통을 만들고 성장하고 있는 구단이다. 만약 내가 여기서 주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주장이 선임되면, 다시 처음부터 뼈대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1년을 더 하면서 체계적인 팀을 만들고 싶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한 그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이니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한편 그는 주장을 맡았던 올 시즌에 대해 구단이나 선후배들이 내가 주장을 맡은 1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선배들이 많이 조언을 해주고 있고, 후배들도 적극적으로 많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며 “나만의 생각일 뿐일지 모르지만, 이런 부분을 보면 나쁜 주장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주장으로서의 1년을 자평했다. 개인 성적에서 ‘거포 2루수’라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았듯  캡틴으로서도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박경수다.

 지난 2년 간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박경수는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 kt 위즈  

끝으로 그는 다음 시즌 개인 목표에 대해 “20홈런 이상을 때려내고 싶고, 올 시즌 80타점을 달성했으니 90타점, 100타점 기록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는 “무엇보다 올 시즌 많은 경기(121경기 출장)에 나서지 못했기에, 내년에는 140경기 이상 출장하고 싶다. 출장 경기가 늘어나면 다른 부문의 기록 역시 자연스레 상승할 것이라 생각한다. 감독님 역시 보다 많은 경기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나 역시 그래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이적 첫 시즌에 22홈런을 때려냈고, 두 번째 시즌에는 주장을 맡으면서도 토종 2루수 최초의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하며 3-4-5를 달성한 박경수. kt 이적 이후 변신을 거듭해온 그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해 빛나고 있었다. 지난 2년 간 이어진 박경수의 도전과 진화는 2017시즌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록 및 사진 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스탯티즈]


계민호 기자/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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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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