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한화 정우람은 나쁜 마무리였나?

조회수 2016. 11. 28. 1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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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이브 7블론을 기록한 한화 마무리 정우람의 2016시즌

A : 81이닝  ERA 3.33  피OPS 0.644  RA9-WAR 3.74

B : 8승 5패 16세이브 7블론세이브 세이브성공율 69.6%

A는 뛰어난 불펜 투수,  B는 불안한 마무리로 평가 받을 만한 성적을 기록했다. 사실 A와 B는 같은 투수다.  한화 이글스 마무리 투수인 정우람의 2016시즌 기록이다.

올시즌 정우람은 총 61경기 ERA 3.33(80이닝 이상 투수 중 3위),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 3.74(2위), K/9 9.44(3위), BB/9 2.89(16위), 81이닝(구원 전문 투수 중 4위), RA9-WAR(실점 기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3.74 불펜 투수 1위 등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이런 기록들만 본다면 정우람의 16시즌은 대단히 성공적인 시즌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는 세이브는 16개에 그쳤고 무려 7개의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세이브 성공률은 69.6%로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최하위였다. 

84억 마무리 한화 정우람 (사진: 한화 이글스)

블론세이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시즌 이후 1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90명의 투수 중 세이브성공률이 70%를 넘지 못한 투수는 단 5명 뿐이다.  07시즌 우규민(LG), 08시즌 정재복(LG), 13시즌 이민호(NC), 15시즌 권혁(한화), 16시즌 정우람(한화)이 그들이다.

06시즌 이후 세이브성공률 70% 미만 투수 리스트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스탯티즈) 

이들의  ERA를 살펴보면 모두 5점대는 넘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07시즌 우규민은 2점대 ERA를 기록하기도 했다. 

16시즌 정우람은 5명 중 두번째로 좋은 ERA를 기록했다. 다만 리그 득점 환경이 다른 것을 감안하여 ERA+(조정 평균자책점: 리그 평균 100)를 살펴보면 16시즌 정우람이 가장 좋은 활약을 했다. 정우람이 ERA+ 156으로 가장 높았고, 07시즌 우규민은 148로 두 번째로 높았다. 15시즌 권혁을 제외하고는 모두 리그 평균 이상의 ERA+를 기록했다. 

FIP를 살펴보면 조금 다른 양상을 볼 수 있다. 위 5명의 투수 중 3점대 FIP를 기록한 투수는 16시즌 정우람과 08시즌 정재복뿐이다. FIP+를 봐도 리그 평균 이상을 기록한 투수 역시 16시즌 정우람과 08시즌 정재복 뿐이다.

정재복은 ERA+ 106, FIP+ 119로 리그 평균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10홀드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우람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가장 낮은 세이브성공률을 기록한 투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우람은 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상대적으로 적은 세이브와 많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게 된 것일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정우람의 투구 강도다.

일반적으로 마무리 투수는 1이닝만 책임지는 경우가 많으며, 블론세이브를 범해도 1이닝을 소화하고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정우람은 7번의 블론세이브 상황에서 2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4경기, 1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6경기였다. 

2016시즌 정우람의 블론세이브 경기 등판 일지(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올시즌 정우람의 투구 강도는 정상적인 마무리들과 비교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 61경기에서 1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32경기, 2이닝 이상 경기가 19경기, 3이닝 경기도 2경기가 있었다.

박희수(2경기), 이현승(3경기), 임정우(3경기), 임창용(2경기), 김재윤(6경기), 김세현(1경기)이  2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를 다 합해도 17경기라는 것을 보면 정우람의 투구 강도가 얼마나 강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정우람은 5월 27일 새벽 경미한 교통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상식적이라 보기 어려운 이런 기용법이 정우람의 투구 성적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월별 성적을 통해 알 수 있다. 4월부터 7월까지는 점점 ERA가 높아지다가 7월 10일부터 7월 19일까지 10일간 휴식을 가진 이후 8월부터 다시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정우람의 2016시즌 월별 성적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정우람의 세이브 성공률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한화의 세이브 기회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시즌  한화는 24세이브, 14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기회가 총 38회로, KBO리그에서 세이브 기회가 가장 적은 팀이었다.

사실 블론세이브는 한 시즌 동안 선수별로 10개가 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표본이 적은 기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두개의 블론세이브만  더 나와도 비율 상 급등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특히 세이브 기회가 적어지면 그만큼  블론세이브 1개의 변동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 

정우람은 15시즌에도 5개의 블론세이브를 범했고, 30세이브를 거둔 12시즌에도 5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15시즌에는 홀드도 11개나 기록했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시즌과 똑같은 16세이브를 거뒀는데 세이브성공률은 76.2%였다. 블론세이브 단 2개 차이가 세이브성공률에서 10%에 가까운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정우람의 최근 2시즌 주요 기록 비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올시즌 정우람이 기록 상 준수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상당히 많은 패전(5)과 블론세이브(7)를 기록한 것역시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우람은 팀이 승리할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도 별 기여를 하지 못했을까?

어떤 선수가 팀 승리 확률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WPA(Winning Probability Added, 승리확률 기여도)를 보면 그렇지 않다. 정우람은 16시즌 WPA 1.95를 기록했는데 이는 올시즌 MVP 니퍼트(2.69)에 이은 리그 전체 투수 중 2위 기록이었다. 16시즌 최다 세이브를 기록한 김세현(36세이브 / 0.84)은 물론 가장 높은 세이브 성공률을 기록한 임창민(89.7% / 1.69)보다도 높은 WPA를 기록한 것이다.

WPA로 보면 정우람은 리그에서 가장 팀 승리에 기여를 많이 한 불펜 투수였다. 정우람이 블론세이브가 많음에도 WPA가 높은 이유는 블론세이브 상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정우람은 블론세이브 상황에서 평균 WPA -0.217을 기록했는데 이는 KBO리그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가장 좋은 수치다. 

블론세이브 경기 WPA 분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스탯티즈) 

그 이유는 정우람이 많은 이닝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정우람은 블론세이브 상황에서도 많은 이닝을 던지며 팀 승리 확률을 최대한 많이 높였다. 정우람은 마무리 투수 중 블론세이브를 범하고도 WPA가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를 기록한 경기가 있는 유일한 마무리 투수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정우람은 16시즌 아주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저조한 세이브성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것을 정우람 본인의 온전한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우람의 세이브 성공률이 낮았던 이유는 앞서 살펴본 것 처럼 투구 강도가 비정상적으로 강한 탓이 컸다. 두번째로 한화의 세이브 기회 자체가 적어 많은 세이브 기회를 얻지 못해 표본 크기 자체가 적어지며 지표의 변동률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WPA로 보면 정우람은 16시즌 팀 승리에 가장 많이 기여한 구원투수였다. FA 계약 총액(84억 원)이 크고 인상적인 블론세이브가 많았다는 이유로 정우람의 올 시즌이 실망스럽다고 말하는 것은 가혹한 평가다.

2017시즌에는 정우람이 포효하는 장면을 더 자주 볼 수 있을까? (사진: 한화 이글스)

최근 2시즌간  구종별 구속 변화나 세부 지표 등을 살펴봐도 이상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올시즌 속구 평균 구속은 지난해에 비해 2~3km 가까이 빨라졌다. (2015: 138 -> 2016: 140)  

다만 아쉬운 점은  지난 2년 간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한 소속 팀 감독이 유임되었기에 17시즌에도 한화 마운드 운용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점이다. 정우람의 17시즌도 올해와 비슷하게 독특한 시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록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KBO 기록실 ]


길준영 기자/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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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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