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외인투수' 재미 못 본 kt, 로치는 어떨까?

조회수 2016. 12. 3. 23:18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길준영의 외인 리포트] kt의 10번째 외국인 투수 돈 로치

1군 진입 후  2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겪은 kt 위즈가 가장 먼저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kt 가  열번째로 선택한 외국인 투수는 올시즌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도 올랐던 돈 로치(Donn Roach)다.

kt는 지난 7일 돈 로치와  계약금 포함  총액 85만 달러에 계약했다. kt 임종택 단장은 “꾸준히 지켜봤던 젊은 선수로  적응만 잘한다면 내년 시즌 2선발을 확실히 맡아 줄 것을 기대한다”는 영입 이유와 함께 에이스급  투수를 추가 영입할 계획도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신생 구단 혜택을 받던 kt는 1군 2년 차인 16시즌까지 외국인 선수를 4명까지 보유할 수 있었지만 2017시즌부터는 타 구단과 동일하게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이 3인으로 줄어든다. 외국인 투수를 추가 영입한다면  올 시즌을 함께 한  밴와트, 피어밴드, 로위와는 모두 결별하게 된다. 

샌디에이고 유망주 시절의 돈 로치  (사진 출처 : ⓒ SD Dirk / Flickr )

지난 2년 간 외국인 투수 영입에 있어 소극적인 투자로 일관하던 kt는 돈 로치에게 구단 외국인 선수 중 최고액인  85만불을 투자하며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의 10번째 외국인 투수가 된 로치는 투자에 걸맞는 활약을 보일 수 있을까?  그가 어떤 투수이고 과연 2선발급 활약을 보일만한 투수인지 그의 과거를 살펴보자.

History

돈 로치의 프로필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출생인 로치는 비숍 고먼(Bishop Gorman) 고등학교 시절 3연속 주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8 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에  40라운드 전체 1219순위로 낮은 순번에 지명되자 대학진학을 선택한다.

고교 시절 최고 95마일까지 나오던 구속이, 애리조나(Arizona) 대학에 입학한 첫 해에는 86-88마일대로 급락하며 1승 4패 ERA 7.84로 부진했다. 다음 해 로치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브라이스 하퍼(현 워싱턴 내셔널스 외야수)와 함께 서던 네바다(Southern Nevada) 대학으로 전학을  한다. 이후 고교 시절의 구속을 회복한 로치는 2010 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에 3라운드 전체 115순위로 지명되었고 26.1만 달러에 계약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프로 데뷔 첫 시즌을  루키리그에서 보낸 로치는  16경기 4승 1패  ERA 6.04로  부진했다. 하지만 11시즌에는 싱글A에서  불펜으로 45경기 출장하며 5승 5패 2세이브 ERA 3.45로 성장세를 보였다. 10-11시즌 에인절스 유망주 랭킹 20위 권에 랭크되며   향후 메이저리그 중하위 선발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투수로 평가 받았다.

하이 싱글A에서 뛰던 12시즌 중  LA 에인절스가 어네스토 프리에리(에인절스 이적후 23세이브 기록)를 샌디에이고에서 영입하면서 내야수 알렉세이 아마리스타(메이저리그 606경기 출장)와 함께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된다.

샌디에이고 이적 후에도 하이싱글A에서 뛰며 8경기 5승 1패 ERA 1.74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거뒀고 6월에는 AA로 승격되어 4경기 1승 1패 ERA 1.59로 만족스럽게 시즌을 마쳤다. 12시즌 전체 성적은 18경기 11승 2패  ERA 1.88을 기록했으며 팀 내 유망주 랭킹도 19위까지 올라갔다.

13시즌에도 AA에서 28경기 8승 12패 ERA 3.53로 준수한 성적을 거둔 로치는 14시즌 스프링캠프에서 8경기 ERA 3.00으로 눈도장을 찍었고 마침내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16경기(1선발)에 출장해 1승 ERA 4.75라는 평범한 성적을 기록한 로치는 시즌 중반 AAA로 강등됐고 이후 19경기 4승 6패 ERA 5.26으로 부진하며 다시 메이저리그로 콜업되진 못했다.

14시즌 종료 후 로치는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시카고 컵스로 이적한다. 하지만 15시즌 메이저리그 등판은 단 1경기에 그쳤고 AAA에 머물렀다. 시즌 중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하고 곧이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또 다시 이적했지만 메이저리그 콜업 기회는 얻지 못했다.

15시즌이 끝나고 FA가 된 로치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했지만 16시즌에도 메이저리그 출장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8월 웨이버 클레임으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로 이적했고, 9월에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이적했지만 역시 메이저리그 등판 기회는 없었다. 

최근 2년 간 6개 팀을 전전하면서도 메이저리거로 자리잡을 기회를 얻지 못한 로치는 시즌 종료 후 kt 와 계약하며 'KBO리그'라는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것을 택했다.

피칭 스타일

돈 로치의 프로통산 성적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로치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그의 뛰어난 땅볼 유도 능력이다. 로치는 에인절스 마이너리그 시절,  뜬공의 3배가 넘는 땅볼 유도 비율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땅볼% 역시 67.1%로  매우 높다.(16시즌 메이저리그 평균 땅볼%는 44.7%다.)

로치가 이렇게 많은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싱커(투심)다. 로치는 88-91마일대 싱커를 주로 구사하는 싱커볼러다. 메이저리그 통산 싱커의 비중이 63.2%에 달하며  포심 패스트볼은 10% 정도로 그리 많이 던지지 않았다.

싱커와 더불어 주로 던진 구종은 유망주 시절 슬러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75마일대 커브다. 비중은 20.5%로 싱커와 합하면 83.7%에 이른다. 4경기 모두 불펜으로 등판했던 올해는 오직 싱커와 커브만 던졌다. 

로치의 피칭 히트맵. 우타자 몸쪽과 낮은 로케이션에 투구가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 : Baseballsavant)

로치의 땅볼 유도 능력은 싱커와 더불어 낮은 곳으로 공을 잘 꽂아 넣는 로케이션 덕분이기도 하다. 로치의 투구 히트맵을 보면 낮은 로케이션에 투구가 집중되어 있다.  싱커와 낮은 로케이션의 조합이 수많은 땅볼을 유도해낸 것을  로치가 허용한 타구 각도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로치의 타구 각도 그래프. 땅볼 비율이 절대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Baseballsavant) 

돈 로치 땅볼유도 영상

주무기인 싱커와 커브 외에도  체인지업을 구사할 수 있지만 자주 던지진 않았다. 유망주 시절에는 스플리터 역시 좋은 구종으로 평가받았지만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거의 던지지 않았다. 다만 KBO리그에서는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역시 시험해 볼 가능성이 있다. 

구위가 뛰어난 투수는 아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트라이크존 외곽을 공략하는 투구를 하면서 볼넷(BB/9 4.15)을 많이 허용했다. 하지만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을 수 있는 마이너리그에서는 제구에 강점을 보였다. (BB/9 2.32)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비교

로치와 비교대상인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의 주요 기록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2009시즌 KIA의 통합 우승을 견인한 로페즈의 활약 이후  KBO리그에는 한동안 외국인 싱커볼러 영입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로페즈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인 외국인 싱커볼러는 없었다. 올시즌만 해도 지크, 코프랜드, 플란데 등 싱커볼러들이 KBO리그에 도전했지만 그리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2016시즌이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0승 13패 ERA 5.27을 기록한 지크(KIA)는 선발투수로서 그럭저럭 활약했다고 볼 수 있지만 코프랜드(LG)는 중도 퇴출되었고 플란데(삼성)는 교체가 확정적이다.

구속을 기준으로 본다면 로치는 지크보다는 플란데에 가깝다. 지크는 평균 145.8km의 빠른 싱커를 던지는 반면, 플란데의 싱커는 141.2km에 불과했다. 로치의 올시즌 싱커 평균 구속만 보면 91.5(147.3km)마일로 상당히 빠른 편이었지만 4경기 구원 등판으로 표본 자체가 적었고, 14-15시즌에는 90마일(144.8km)에 미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풀타임 선발로 뛰어야 하는 KBO리그에서 140km 중반 이상의 고속 싱커를 꾸준히 던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구 로케이션을 비교해 보면 지크, 플란데와는 또 다른 강점이 있다. 지크와 플란데는 투구 로케이션이 비교적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 몰려 있는 반면에 로치의 로케이션은 우타자의 몸쪽 외곽과 낮은 쪽 외곽에 몰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로치는 지크와 플란데에 비해  커맨드(공을 원하는 곳으로 던지는 능력)에 강점을 가진 투수라 판단된다. 

로치(좌),  플란데(중간),  스프루일(우)의 피칭 히트맵  (출처 : Baseballsavant)


체크 포인트

로페즈 이후 외국인 싱커볼러들은 KBO리그에서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야 했다.  최근 외국인 투수 영입 트렌드는 빠른 구속을 바탕으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리그 환경(특히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컨트롤과 무브먼트 형 투수보다는 환경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구속*구위형 투수들의 성공 확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kt의 돈 로치 영입은 최근 트렌드와는 배치되는 선택이다. 특히 리그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가 역대 최고(2016시즌 0.331)를 기록하고 있는 리그 환경은 싱커볼러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게다가 돈 로치는 낮은 삼진 비율(프로통산 K/9 5.65) , 좌타자 상대 성적(메이저리그 통산 좌타 상대 피OPS 1.002) 등 극복해야 할 약점이 뚜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치가 성공을 거둘만한 이유를 고른다면 투구 로케이션 상의 강점이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특유의 커맨드를 바탕으로 이닝이터의 역할을 해줄 가능성도 있다. 리그 에이스급 활약은 어렵겠지만 시즌 초반 리그에 안착한다면  2015시즌 팀 에이스 역할을 한  옥스프링 (12승 10패 ERA 4.48 WAR 2.84) 이상의 성적도 기대해봄직 하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위키피디아,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길준영 기자/ 편집: 김정학 기자

비영리 프로야구 기록실 후원하기 [kbr@kbreport.com]

기사제공: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  [페이스북]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