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MB, 테니스 코트서 일 얘기하는 워크홀릭 가장 싫어해"

2016. 11.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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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국의 테니스 팬들은 가슴이 뛴다.  실업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대한테니스협회 이사를 지낸 김 대표는 MB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소개를 통해 양재테니스코트에서 함께 운동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대부분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가의 일원과 유명한 정치인이지만 "테니스 코트에서는 별다를 것이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작은 내기에서도 절대 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운동이 마음대로 안 된다’며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도 여느 테니스 동호인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며 웃었다.  그래도 이제 겨우 2회를 맞은 대회에 최고의 흥행 카드로 알려진 최정상급 선수들을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세심한 의전에 대한 ‘입소문’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는 "챔피언스투어를 다니는 세계 테니스계 유명 인사는 풀이 좁고 서로 친분이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공유한다"며 "대회 한 번을 치러도 ‘거기는 가서 경기할 만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을 VIP급으로 모시겠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대회를 제대로 운영하는 모습을 ATP에 보여주고 테니스 팬들에겐 경기장을 찾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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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테니스 비서관' 출신 김지선 대표
[동아일보]
피트 샘프러스와 존 매켄로 등 세계 테니스의 전설이 참가하는 챔피언스투어 대회 개막을 일주일 앞둔 4일 김지선 지선스포츠마케팅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라켓을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요즘 한국의 테니스 팬들은 가슴이 뛴다. 세계 테니스의 ‘레전드(Legend·전설)’들이 다음 주 한국을 찾기 때문이다. 피트 샘프러스(45·미국)와 존 매켄로(57·미국), 마라트 사핀(36·러시아), 팻 캐시(51·호주). 4명의 선수가 12, 13일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 특설코트에서 열리는 기아자동차 남자프로테니스(ATP) 챔피언스투어 경기에 나선다.

 현역에선 은퇴했지만 샘프러스는 메이저 대회 14회 우승의 ‘테니스 전설’이다. 매켄로는 ‘코트의 악동’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생생하다. 지난해 이 대회에 참가한 마이클 창(44·미국)보다 더 거물급 선수들이 한국을 찾는 셈이다.

 이런 대회를 주관하면서 경기 진행 전체를 책임지는 인물을 테니스계에서는 ‘토너먼트 디렉터’라고 부른다. 화려한 무대 뒤에 자리한 진짜 실력자인 셈이다. 주요 대회 결승전 중계 등에서는 잠깐씩 TV 화면에 얼굴을 비추기도 한다. 이번 대회 토너먼트 디렉터는 세계 테니스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이다. 바로 김지선 지선스포츠마케팅 대표(44)다. 김 대표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이른바 ‘테니스 비서관’(총무비서관실 소속 건강보좌역)을 지낸 이력으로 유명하다.

“골프는 쌓이는데 테니스는 풀린다”

 실업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대한테니스협회 이사를 지낸 김 대표는 MB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소개를 통해 양재테니스코트에서 함께 운동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목에 수건을 걸고 나타난 푸근한 옆집 아저씨’가 그가 기억하는 MB의 첫인상이다. MB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는 여전히 곁에 남아 있다. 김 대표는 “못 말리는 테니스광답게 이 전 대통령은 어깨가 아픈데도 여전히 매주 테니스를 즐기고 주요 경기는 새벽에도 생중계를 챙겨 본다”고 전했다.

 MB뿐만이 아니다. 그는 한국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명사들 상당수와 인연을 맺었다. MB와 함께하면서 알게 된 이도 적지 않지만 그 전부터 함께 운동을 한 사람도 많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가의 일원과 유명한 정치인이지만 “테니스 코트에서는 별다를 것이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대부분 코트 위에서는 스스럼없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김밥 같은 간식을 나눠 먹고 경기가 시작되면 ‘승부욕’이 넘쳤다고 기억했다.

 정 이사장의 경우 “나도 좀 끼워줘요”라며 은근슬쩍 복식팀에 섞여 들어가고, 오 전 시장은 어떻게든 공을 상대편 코트에 넘기려 애를 썼다. 조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배운 세련된 폼으로 공을 쳤지만 승률은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조 회장은 대학교 동문모임 등에서 주로 운동했는데 아무래도 자주 테니스를 칠 시간이 없어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작은 내기에서도 절대 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운동이 마음대로 안 된다’며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도 여느 테니스 동호인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며 웃었다.

 이들은 김 대표와 함께 테니스를 치면서 “골프를 치면 쌓이는데 테니스를 하면 풀린다”고 입을 모았다. 골프는 소요되는 시간에 비해 운동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테니스는 2, 3시간만 있어도 충분히 뛰어다니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테니스로 엿본 美대사관… “선생님 퍼뜩, 퍼뜩”

 외교 번호판 ‘001-001’. 주한 미국대사가 타는 차량 번호다. 미국대사들도 그녀가 함께한 명사에 포함된다. 그는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와 성 김 전 대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한국 이름 ‘심은경’으로도 유명했던 스티븐스 전 대사는 테니스를 즐겼다. 대사 공관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 각국 대사나 국내 주요 인사, 한국 주재 미국 기자 등을 자주 초청했다. 또 국내 다른 테니스 모임을 찾아다니며 운동을 했다. 일종의 ‘테니스 외교’인 것이다. 같은 조로 복식경기를 할 때는 늘 한국말로 “지선, 할 수 있어요”를 외쳤다. 체격이 큰 편인데도 코트를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며 적극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것이다.

 테니스 코트에 올 때면 직접 간식을 챙겨오기도 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가 “자전거를 타고 경북 상주에 다녀왔는데 반건시 좀 먹어 보라”고 권할 때는 김 대표도 깜짝 놀랐다. 한국어를 잘하지만 ‘반건시’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스티븐스 전 대사는 요즘도 한국에 오면 공항에서 직접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들어온다”며 “항상 꾸밈없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간 성 김 전 대사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김 대표에게 보여줬다. 본인도 테니스를 쳤지만 둘째 딸 에리카 김 양(16)에게 매주 테니스를 가르쳐 달라며 김 대표를 ‘선생님’으로 모셨다. 외로운 한국 생활에서 고모 같은 역할을 해달라는 바람도 담겨 있었다.

 그는 “에리카가 처음에 친구 문제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아빠에게 심술을 부리고 있길래 내가 코트 한쪽에 가서 누구를 혼내주면 되냐며 태권도 동작을 보여줬더니 이내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에리카는 곧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 그에게 사투리를 배워 “선생님, 퍼뜩 퍼뜩”이라고 말하며 가족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했던 에리카는 지난해 이 대회에 자원봉사자로도 나섰다.

최고의 의전은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임기 종료를 기념해 2006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테니스 행사에 참석한 이 전 대통령과 김지선 대표(위 사진).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왼쪽)와 김 대표가 미 대사관저 테니스 코트에서 함께한 모습. 김지선 대표 제공
 대통령 그리고 각계 인사들과 함께해 온 그녀가 생각하는 ‘의전’이란 뭘까. 생각보다 단순했다.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란다. 그는 “편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까지는 내 영역 밖일 수 있다.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게 하는 것, 거기까지다”라고 말했다. 너무 평범한 것 아닐까. 이런 의문에 그가 뒷얘기를 꺼냈다. 그는 테니스 코트에까지 ‘일’을 들고 오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봤다. 운동을 하러 와서 ‘프로젝트’나 ‘로드맵’ 이야기를 꺼내는 이들이다. 손에서 일을 놓고 마음 편하게 쉬고 싶어 찾은 곳에서 이런 상황이 생기면 당사자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그런 일이 있으면 기분 나빠하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얘기했다.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실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대회 출전을 위해 가족과 함께 입국했던 마이클 창은 옆에 아내와 장모가 있는데도 세 명의 자녀가 앉을 카시트를 모두 본인이 직접 설치했다.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김 대표는 일단 나서지 않고 지켜봤다. 그리고 나중에 따로 제안을 했다. 부인과 장모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믿을 만한 유모를 구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알고 지내던 외교관 인사를 통해 물색한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족을 각별히 챙기는 마이클 창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의전이었다. 대회를 마친 뒤 마이클 창은 개인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앞으로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일본의 테니스 스타 니시코리 게이(27)와 우리나라의 간판 정현 선수(20) 사이의 스페셜 매치를 마련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샘프러스 찍고 ATP투어 대회 가져올 것”

 이 대회의 지난해 간판선수는 마이클 창. 올해는 피트 샘프러스와 존 매켄로다. 샘프러스 같은 선수는 부르는 데 수십만 달러 이상을 써야 한다. 아쉬울 것 없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초청료를 많이 부른다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제 겨우 2회를 맞은 대회에 최고의 흥행 카드로 알려진 최정상급 선수들을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세심한 의전에 대한 ‘입소문’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는 “챔피언스투어를 다니는 세계 테니스계 유명 인사는 풀이 좁고 서로 친분이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공유한다”며 “대회 한 번을 치러도 ‘거기는 가서 경기할 만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명 선수들이 찾지만 이벤트 성격이 있는 대회. 김 대표의 욕심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있다. 이 대회를 발판으로 정식 ‘ATP투어 대회’를 꼭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정상급의 현역 선수들은 호주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열리는 4개의 메이저 대회와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60개 내외의 ATP투어 대회를 돌면서 랭킹 점수를 쌓고 상금을 번다. 여기가 세계 남자 테니스의 주류다.

 한국도 1987년부터 1996년까지 ‘KAL컵 코리아 오픈’을 개최했지만 규정 관중을 채우지 못해 폐지됐다. 김 대표는 140만 명에 이르는 테니스 동호인 수를 생각하면 이제 다시 투어 대회를 가져올 때가 됐다고 보고 있다. 그는 “선수들을 VIP급으로 모시겠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대회를 제대로 운영하는 모습을 ATP에 보여주고 테니스 팬들에겐 경기장을 찾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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