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대만 조폭은 어떻게 선수를 승부조작으로 엮나

최민규 2016. 7.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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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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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재연된 프로야구 승부 조작 사건의 시작은 형, 동생 하며 술잔을 부딪치는 화기애애한 자리에서였다.

경계심이 풀리고 어느 시점을 지나자 현직 프로야구 선수는 자연스럽게 범죄에 가담하는 공모자가 됐다. 승부 조작 범죄의 시작은 대개 이렇다. 그리고 승부 조작을 기획하는 브로커는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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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프로야구는 승부 조작으로 파멸 직전까지 갔다. 1996년부터 2009년까지 굵직굵직한 승부 조작 사건만 여섯 번이다. 한때 11개던 프로야구단은 그 여파로 4개로 줄어들었다. 2009년 ‘검은 코끼리’ 사건 때는 선수·지도자 34명이 조사를 받았다. 대만 야구의 간판스타 린즈셩은 지난해 시즌 뒤 KBO 리그 진출을 타진했다. “연봉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행을 원한 이유 중 하나가 ‘조직폭력배에 시달리기 싫다’였다.

‘흑사회’로 불리는 대만 폭력 조직은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에게 접근한다. KBO 리그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계해야 할 수법이다.

2009년 승부 조작 사건 주범으로 체포된 차이정이는 ‘위솨이’로 불리는 비밀 도박 조직을 운영했다. 그들은 조직이 운영하거나 관계가 있는 유흥업소로 선수를 유인한다. 접대부가 시중을 든 뒤 2차로 호텔에서 성관계를 맺는다. 2009년 사건 때는 타이중 유명 주점의 한 접대부가 여러 선수들을 접대했다고 증언했다.

처음에는 식사부터 시작한다. 조직이 ‘찍은’ 선수를 잘 아는 선배 등이 초청하는 자리다. 2차로 KTV 등 밀폐된 주점으로 유인한 뒤 술을 마신다. 이후 접대부를 부른다. 비용은 조직에서 부담한다. 그리고 영수증 등 증거를 보관한다.

유부남이나 여자 친구가 있는 선수가 우선적인 타깃이 된다. ‘약점’을 잡기 위해서다. 비밀리에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기도 한다. 증언에 따르면 어떤 선수는 여러 여성을 호텔방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럴수록 더 큰 약점이 잡힌다.

일단 약점이 잡히면 승부 조작 회유가 들어온다. 회유에 응하지 않으면 협박이 시작된다. 심지어 여자 친구를 납치해 협박한 경우도 있다.

도박을 좋아하는 선수도 조직의 공략 대상이다. 사설 도박장으로 유인해 ‘공사’를 한다. 교묘한 수법으로 돈을 많이 잃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금액을 상계해 줄 테니 승부 조작에 가담하라고 제안한다.

선수 가족을 이용하기도 한다. 린즈셩은 이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린즈셩의 어머니가 불법 조직으로부터 15만 위안(당시 환율 600만원)을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조직에서 의도적으로 접근해 저리로 돈을 빌려 준 것이다. 린즈셩은 해당 금액이 조직과 연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바로 갚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혐의가 됐다.
1루수 판중웨이는 야밤에 불법 조직과 연관된 인물의 집을 찾아가 60만 위안(2400만원)을 돌려 준 적이 있다. 해당 인물이 막무가내로 아버지의 집에 떨어트리고 간 돈뭉치였다.

복잡하지 않게 바로 향응과 돈으로 매수하는 경우도 있다. 메이저리그 출신 스타로 명성을 날렸던 차오진후이는 2009년 대만으로 복귀한 뒤 악명 높은 승부 조작 조직 두목 린빙원을 만났다. 린빙원은 여러 차례 향응을 제공한 뒤 “한 번에 100만 위안(4000만원)을 벌 수 있다”며 그를 유혹했다. 차오진후이는 2009년 8월 열린 경기에서 조작에 가담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 경기는 우천 순연됐다. 또 다른 경기에서도 조작을 시도했지만 이번엔 차오진후이가 가담자가 적다는 이유를 들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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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진후이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지만 대만 프로야구는 승부 조작에 가담한 건 사실이라는 이유로 그를 영구 제명시켰다.

차오진후이를 매수한 린빙원은 2008년 차원이 다른 승부 조작을 시도했다. 재정난에 빠진 디미디어 티렉스 구단에 사채를 제공한 뒤 지불이 어려워진 구단주를 협박했다. 조직원들을 구단 직원으로 취업시켰고, 이들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협박해 승부 조작을 일삼았다. 린빙원은 이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대만 야구 전문가 김윤석씨는 “한번 조작에 가담한 선수는 ‘숙주’가 돼 다른 선수들을 포섭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승부 조작은 쉽게 뿌리내리기 쉽고, 근절하기 어렵다. 한국 프로야구도 초기에 강력하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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