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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바둑캐스터? 원조를 따라올 순 없죠"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2016. 3. 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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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5단의 실력과 미모를 두루 갖춘 바둑계 '한가인'..이세돌과 20년 넘게 알고 지낸 수학 동문, 원조 바둑 캐스터로 11년간 활동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글=김성태 기자 사진=이규연 기자]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결은 전세계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이들조차 연일 나오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 앞에 관심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목을 받은 이가 있다. KBS 중계를 맡은 바둑 캐스터 최유진(34)이다. 배우 한가인을 닮은 외모로 관심을 받은 최유진은 바둑TV 및 KBS 바둑왕중왕전의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프리랜서 캐스터이자, 아마추어 5단의 바둑 실력자다.

대중의 관심은 말 그대로 뜨거웠다. 연일 그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이세돌, 알파고와 함께 올랐고 그의 말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이 기사로 쏟아졌다. 이제는 바둑 팬들 이외에도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의 그의 말이다. 최유진은 "확실히 많이 알아보는 것 같다. 11년째 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있던 5일 동안 몇 배는 더 주목을 받았던 것 같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유진은 우리나라 '1세대' 바둑 캐스터다. 바둑을 중계하면서 '캐스터'라는 표현을 가장 먼저 사용한 것도 최유진이었다. 그는 "지금은 대중적인 표현이 됐지만 사실 '바둑 캐스터'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바둑을 전문적으로 중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둑 캐스터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바둑을 좋아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바둑을 시작했다는 최유진은 명지대학교 바둑학과를 졸업, 이후 남자캐스터가 많았던 바둑 중계를 맡으며 활약했다. 그만큼 캐스터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그는 "다른 종목과 달리 바둑 캐스터가 가지고 있는 차별점은 확실하다. 야구나 축구, 배구 등에 종사하는 캐스터는 그 종목을 잘 알지만 잘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바둑은 잘하지 못하면 중계도 할 수 없다. 바둑 캐스터 대부분이 10년 이상 바둑을 공부했다. 그러다보니 진입 장벽에 생각 이상으로 높다. 단기간에 공부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바둑 캐스터다"라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최유진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결 중계가 본인에게는 정말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세돌과 같은 도장에서 바둑을 배우며 20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인 최유진은 실제로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그가 압승을 거둘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당연히 이세돌 9단이 이길 것이라 예상했다. 첫 번째 대국은 방심해서 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대국도 패하자 의문이 생겼고, 세 번째 대국마저 패하자 '이러다가 한 판도 못 이기겠다'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유진은 연이어 3패를 하면서 이세돌 9단이 승부를 내줬기에 대중들의 관심을 더욱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렇게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세돌 9단도 구글도 바둑계도 모두 같은 생각이다. 만약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승부에서 이겼으면 오히려 바둑이 지금 정도의 주목은 받지 못했을 것 같다. 그것도 중간에 이긴 것이 아니라 내리 3판을 다 지고 승부가 난 상황에서 나온 극적인 승리였다. 오히려 흥행에 있어서는 더욱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번 중계를 위해 최유진은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사람과 하는 대결이 아니다. 게다가 인공지능 분야 역시 낯설어서 이 분야에 있는 전문가와 통화를 하며 용어도 물어보고 자료조사도 하고 중계진과 수차례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마지막 5국을 앞두고 12개의 채널이 중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오프닝 멘트를 어떻게 해야할지, 이기거나 패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다"며 "그래도 4국에서 알파고가 '패했다'는 창이 화면에 나왔을 때, 정말 신기하기도 했고 기분이 좋기도 했다. 4국 마지막 클로징 할 때는 너무 좋아서 들떠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정말 이런 중계는 처음이었다"며 당시의 격정적인 상활을 설명했다 .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최유진 캐스터와 이세돌 9단의 인연은 꽤나 오래 됐다. 같은 도장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함께 바둑 공부를 했다. 알파고와의 대국 전날에도 그는 이세돌을 만나 이야기 하기도 했다. 20년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지만, 이번 대국을 앞두고 최유진은 문득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됐다.

그는 "사실 한국기원에서 기자회견이 열린 날, 정말로 바둑계 역사상 이렇게 많은 취재진들을 본 적이 없다. 알고 지낸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세돌과 함께 셀카를 찍어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번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은 제4국을 제외하면 남은 4번의 대국에서 모두 알파고에 패했다. 세계최강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했던 모두의 생각을 뒤엎은 결과였다.

최유진은 "알파고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감정이 없다는 점이다. 사실 이세돌 9단은 좋은 수를 두면 상대를 한 번씩 쳐다본다. 거기에서 나오는 기가 엄청나다. 그 기에 눌려 상대가 좋은 바둑을 두고 있더라도 홀렸다 싶을만큼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이 쳐다보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바둑은 결국 멘탈 승부다. 알파고는 감정이 없다. 이세돌 9단도 승부를 하는데 있어서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야기했다.

혹자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구글과 최유진이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최유진이라는 바둑캐스터에 대한 인지도가 훨씬 커졌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겸손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을만한 외모 뿐 아니라 바둑을 대하는 자세나 캐스터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은 그가 11년간 바둑중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최유진의 시선은 더 높은 곳에 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최유진은 웃으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번에 알파고 중계를 하면서 담당 PD님이 바둑만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물론 다양한 바둑 방송을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방송도 하고 싶다. 바둑 이외에도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골프다. 골프 중계도 해보고 싶고 라디오 DJ 역시 욕심이 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dkryuj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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