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 라이브] "두리-성용 잘해" 슈틸리케 인정한 경험의 힘

[풋볼리스트=캔버라(호주)] 류청 기자= "경험 있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젊은 선수가 잃을 게 없기에 기용할 수도 있다"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2월 10일 '2015 호주아시안컵'을 대비해 떠나는 제주도 전지훈련명단을 발표하며 배고프고 열정적인 선수를 찾겠다고 했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의지를 가진 선수를 중요하겠다는 뜻이었다. 슈틸리케는 아시안컵 최종엔트리를 꾸리면서도 이정협, 조영철 등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지만 가능성 있는 선수를 선택했다.한국은 지난 10일 호주 캔버라의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슈틸리케는 최전방에 이근호가 아닌 조영철을 선발로 내세웠고, 교체로는 메이저대회 경험이 전무한 이정협을 투입했다. 가장 중요한 결과를 얻었지만, 상대방에 위험한 기회를 내주기도 했다.아시안컵을 준비하고 첫 단추까지 잘 끼운 슈틸리케는 11일 캔버라의 맥켈라 파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까지 자신이 느낀 바를 밝혔다. 선수들을 지도해 직접 큰 대회에서 한 경기를 치른 소감은 지난 12월 자신이 밝혔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경험과 배고픔에 대한 부분이 달라졌다."(토너먼트 대회와 친선전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경험 있는 선수들이 오만전에서 잘했다는 것이다. 큰 대회라는 중압감 때문인 것 같다. 차두리는 갑자기 투입됐음에도 경기를 잘 이끌었다. 기성용은 나이는 많지 않아도 (대표팀) 경력이 많다. 경기 운영면이나 침착성에서 돋보였다.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은 경험부족 때문인지 어려운 경기를 했다."축구 전문가와 감독 그리고 선수들이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경기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큰대회에서는 중압감도 극복해야 한다. 경험 있는 선수들은 흐름을 읽으며 침착할 수 있지만 경험이 적으면 당황하면서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차두리는한국만 경험의 진가를 확인한 건 아니다. 11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UAE와 카타르의 C조 1차전 경기에서도 경험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UAE는 경험 많은 모하나드 살렘과 왈리드 압바스와 상코우르와 같은 선수들을 수비에 배치했지만, 카타르는 젊은 알델카림 하산, 알 마흐디와 같은 선수들을 수비진에 세웠다.카타르는 주장이자 주포인 칼판 이브라힘의 선제골로 앞서가다 4골이나 내줬다. UAE의 공격진은 전체적으로 젊었지만, A매치 경험이 많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은 카타르 수비의 운영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자멜 벨마디 카타르 감독은 경기 후 "긍정적인 부분이 없을 정도다. 상대가 우리보다 나았다. 실력도 좋았고 현명했다"라고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같은 날 벌어진 이란과 바레인의 C조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란은 바레인의 거친 수비에 끌려가다 2-0으로 이겼는데, 1-0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베테랑 쇼자에이가 한 골을 추가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바레인의 패기도 이 상황 뒤에는 꺾일 수밖에 없었다.실력은 키울 수 있지만 경험은 한 순간에 쌓을 수 없다. 팀을 잘 구성하는 감독들이 팀에는 꼭 베테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팀이 어려울 때 동료를 이끌 선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나오는 결과들은 이 사실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캔버라 라이브] 오만, 그저 그런 팀 아니다…A조의 '변수'[A+순간] 네쿠남 침묵에 답답했던 이란, 세트피스서 '활로'[A+스타] UAE 대승의 숨은 MVP는 '곱슬머리' 오마르[캔버라 라이브] '수비는 잊었다'…UAE '남자축구' 4골 폭발[A+이슈] 끝장 보는 아시안컵…6경기 째 무승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