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야구피플] KIA '호돌이'는 부산 사나이

김주희 2014. 6. 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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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주희]

KIA 마스코트 '호돌이' 안에는 '부산 사나이'가 산다.

비보이였던 박준희(28)씨는 2004년 '춤출 수 있는 단기 알바생'을 구한다는 이야기에 KTF 프로농구단에서 처음으로 마스코트 탈을 썼다. 이후 프로야구 롯데와 배구단 등을 거치며 마스코트로 일했고, 2010년 KIA로 옮긴 뒤 5년째 '호돌이'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고향은 부산이지만, KIA를 만나 야구에 대한 진짜 재미도 느끼면서 완전한 KIA 팬이 됐단다. 센스 있는 퍼포먼스로 KIA 팬들에게도 이미 유명인사다. 하지만 '탈'을 벗은 박씨는 평범한 20대 청년이다. 얼굴이 가려져 있다 보니 KIA에서 수년간 일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아침 출근길에는 경호요원에게 제지를 받는다. 그는 "좋게, 이중적으로 살고 있다"며 웃음지었다. '호돌이' 박준희씨를 지난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만났다.

-마스코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원래 비보이를 했었다. 춤출 줄 아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3일 정도 일할 사람을 구한다고 했는데 (KTF 농구팀에서) 시즌 끝날 때까지 다섯 달을 일했다. 시즌이 끝나니 '야구 팀에서 한 번 해볼래?'라고 제안을 하셔서 롯데에서 2005년에 마스코트 일을 했다. 그리고 군대에 갔고, 제대한 후에 배구팀인 현대캐피탈에서 일했다. 2009년에도 롯데에서 일했다. 세 개의 마스코트 중 대장 갈매기였다. 2010년에는 KIA로 오게 됐다. 이전까지 야구장에 와서도 일만 하고 야구는 잘 안 봤다. 하지만 KIA로 오면서 야구에 대한 진짜 재미를 느끼게 됐고, 자연스럽게 팬도 됐다."

-마스코트가 갖춰야 할 자격이 있나.

"나도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다. 5년째 여기서 일하지만 광주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먼저 가서 인사하고 그런 걸 잘 못한다. 자격이 필요하다고 딱히 이야기하기가 애매한 것 같다. 내성적이지만 마스코트 일을 잘 할 수도 있는 거고, 외향적인 데도 마스코트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다. 굉장히 외향적인 친구를 마스코트로 데리고 온 적이 있는데 40분 동안 아무 것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더라. 성격이 자격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더 중요한 건 만족도 같다."

-탈을 쓰면 사람들이 못 알아보지 않나. 다른 직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다.

"지금도 나는 야구장 들어올 때 경호요원에게 잡힌다.(웃음) 무등야구장에서도 계속 그랬고,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로 왔는데도 잡힌다. '저 호돌이에요'라고 이야기는 안 하는데, 사람들이 나를 모른다는 게 재미있는 것도 같다. 좋게 이중적으로 사는 것 같다.(웃음)"

-가장 재미있고 보람된 순간이 있다면.

"내가 퍼포먼스를 보여 관중의 호응도가 좋을 때, 그리고 야구장에 오신 분들이나 TV로 경기를 보시는 분들이 나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을 때다."

-어떻게 할때 가장 반응이 좋나.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게 관중들의 생각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가 안풀릴 때는 마스코트라고 무조건 방방 뛰는 게 아니라, 관중들의 안 좋은 기분을 표현하듯 행동을 하려고 한다. '네 마음이 내 마음이다' 이런 식으로.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을 때 나는 관중석 바닥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척을 한다. 이런 게 오히려 좋은 쪽으로 공감을 얻는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술을 마시진 않고, 시늉만 하는 거다.(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신기했던 게 있다. 재작년에 태풍 카누가 왔을 때 (7월18일 광주 두산전에서) 우리 팀이 이기고 있었는데 경기가 우천 중단이 됐다. 그때 그라운드에 방수포가 덮힌 상태에서 '호순이' 머리를 갖다 놓고 비를 그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근데 정말 그쳤다. 그리고 경기가 재개됐다가 5회 이후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비 계속 내리게 해달라고, 우리가 이기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비가 계속 왔다. 그래서 강우 콜드 게임이 됐다. 두 번이 잘 맞아 들어갔다. 내가 하고도 신기했다.(웃음)"

-호순이와의 호흡은 맞춘지 오래됐나.

"호순이는 매년 알바생이 온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끼리의 의사소통 방법이 필요하다. 2~3m만 떨어져도 서로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 제스쳐도 훨씬 크게 해야 보인다."

-가장 어려운 점은.

"항상 인터뷰를 하면 나오는 이야기가 처우개선이다. 응원단장, 마스코트 등에 대한 처우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특히 나처럼 알바가 아니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다."

-탈을 쓰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여름에 더 힘들 것 같다.

"그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듣는다. 정말 덥다. 땀이 정말 많이 나는데 닦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관중들은 야구장에 올때 땀을 흘리러 오시는 게 아니라 야구를 보러 오신다. 우리는 땀 흘릴 준비를 하고 온다. 마음가짐의 차이 같다.(웃음)"

-짓궂은 관중들도 있지 않나.

"때리는 관중들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하지만 탈을 벗기려는 관중들은 정말 힘들다. 술 취하신 어른들이 가끔 그러실 때가 있고, 열 살, 열한 살 나이대의 남자애들, 한창 짓궂은 애들이 자꾸 탈을 벗기려고 든다. 도망가는 게 최고다. 지금은 (탈을 쓴 채) 시야도 많이 익숙해졌고, 그래서 그냥 도망간다. 일반인들이 달리는 거보다 더 빠르게, 못 쫓아오게 잘 달린다."

-응원하는 팀이 성적이 나면 일도 더 신나게 할 수 있을 텐데.

"당연히 그렇다. KIA를 응원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데 흥이 나면 하나라도 더 하고 싶고, 더 오버하고 싶은데…. 성적이 안 좋으면 분위기를 타게 된다. 괜히 오버하면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어 퍼포먼스를 자제하게 되는 면도 있다."

-가장 자신있는 퍼포먼스는 어떤 건가.

"공연 부문에서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마스코트라고 생각한다. 비보잉만 한 게 아니라 모든 춤을 다해봤다. 스트리트 댄스 계열에서 라틴, 하우스, 힙합 이런 걸 다 했다. 웬만하면 한 가지씩 하는데 어릴 때 다 따라하다보니 지금은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다. '싱글레이디'나 '나 혼자' 같은 섹시 댄스를 출 때도 도움이 된다. 눈 딱 감고 하는 거다.(웃음)"

-탈을 쓰면 본인의 얼굴이 안 보여서 더 과감해질 것도 같은데.

"그건 좀 다르다. 상대방이 내 얼굴을 모른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들이 안 보이는 게 아니다. 3만 명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게 다 보인다.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다. 공연마다 긴장을 한다. 심장도 쿵쾅거리고, 미칠 것 같고. 늘 그렇다. 늘 민망하다. 그래도 관중들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반응이 좋으면 나도 신이 난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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